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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914 울어도 돼

참지 말고 엉엉 울어 봐

by eunring

울면 안 돼~가 아니야

울지 않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 주시는 산타 하부지는

살며시 내려진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이미 떠나셨으니


울어도 돼

얼마든지 울어도 괜찮아

웃을 때 활짝 웃듯이

울 때는 큰소리로 엉엉 울어

그래도 돼

그래도 괜찮아


가슴 깊이 쌓아두면

결코 호수가 되지 않아

별도 뜨고 달도 뜨는

맑은 호수가 되지 았아

그냥 흐리게 머무르는

어두운 늪이 될 뿐


눈물은

가두는 게 아니야

세월이 흐르고

인생도 흐르듯이

슬픔도 흘러야 해


눈물은

모아두지 말아야 해

비가 내리고

눈송이 흩날리듯이

슬픔도 맘껏 나부껴야 해


마음이 움직이고

사랑도 변하듯이

방울지는 슬픔의 눈물도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야 해


흐르고 흘러서 강물에 섞이고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흐르다가

작아지고 작아지고 더 작아져서

깊고 넓은 바다에 닿아야 해


어때 별거 아니지

크고 깊은 슬픔의 바다에 닿으면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되거든

머무르지 않고 흘러내린

내 눈물방울이 알알이 작고

작은 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니지만

지나왔으니 괜찮아진 거야

머뭇거리며 망설이고 스며들어

제자리걸음으로 고인 늪이 되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걸음마다 귀하듯이

방울방울 귀한 눈물방울들이

흐르다 보니 점점 가벼워지고

섞이고 어울리다 보니 연해져서

비우고 또 비워낸 만큼 개운하게

해맑은 하늘빛을 닮아가는 것이니


그러니 울어도 돼

맘껏 크게 울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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