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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Oct 07. 2019

고객은 답(答)이다 동시에 독(毒)이다

                                 병원들이 고객 관리(CRM)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병원이 지금까지 고객을 외면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고객관리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의료기관이 정부의 환자경험 평가가 시작되면서 고객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기본을 넘어 환자들의 마음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적극적인 고객 관리에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가?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알면 답(答)이다. 그러나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내부적인 운영상의 어려움은 물론 대외적인 인지도에서도 치명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독(毒)이다.



고객인가? 환자인가?


고객경험센터(또는 유사명칭)라는 명칭은 일반 기업에서 낯설지 않다. 이런 부서가 없을 경우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 또는 고객을 외면하고 소중한 것을 모르는 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아직까지 대형병원이나 일부 혁신적인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고객 경험 또는 이와 관련된 팀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2018년 500 병상 이상 병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환자경험 평가가 실시되고 2020년부터는 의료의 질 평가에 반영되는 보건의료정책이 시작되면서 의료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고객에게 고개를 돌린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환자경험 평가 계획


그러나 의료기관의 고객관리는 아직까지 조직 내에 깊이 체화(embody)되어 있지 못하다. 일 예로 병원을 이용하는 이용자를 고객이라기보다는 환자라고 더 많이 부른다. 일반 기업에서 고객을 고객이라 부르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는 아직 고객이 아니라 환자인 것이다. 일부 혁신적인 병원들에서 ‘고객행복팀’, ’ 고객만족팀’이라는 명칭으로 CS [2] 부서를 명명하고 있지만, 아직 고객에 대한 개념과 보는 시각이 일반 기업체와 간극이 있다.


              

고객이 ‘스마트해지고 있다(Smart Patient)’


최근 의료기관이 아니라 할지라도 혈압, 수면 패턴, 혈당, 감정 상태 등을 분석해 주는 것과 같은 맞춤형 건강 정보를 제공해주는 모바일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보화 기술 발달에 따라 의료 환경이 변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의 고객들은 소셜 플랫폼’[3]을 통해 거리낌 없이 각자의 질환 증상과 치료 경험, 경과 등을 공유하며 의견을 나눈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알고 있는 병원이나 의료진 추천은 물론 자기가 경험한 병원에 대한 평가 및 장단점까지도 주고받는다.  의료 관련 권위가 ‘의사 중심의 전문가 패러다임’에서  ‘고객 중심의 자기 주도형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마트에서 물건 고르듯 병원과 의사를 선택하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고객이 ‘스마트한 고객(Smart Patient)’으로 진화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고객 경험 관리는 중요한 이슈이다. ‘고객이 답(答)인 시대’가 도래하였고, 제대로 된 고객 경험 관리가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병원도 치료만 잘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없다. 치열한 혁신이 필요하다. 훌륭한 치료는 기본이고, 친절할 뿐만 아니라 동선도 복잡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진료를 받기 위한 각종 프로세스에 군더더기가 없어야 하고, 하드웨어도 깨끗하고 세련되게 변화시켜야 한다. 모름지기 ‘고객이 답(答)인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고객이 답(答)이다. 그러나 고객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


‘고객이 답(答)인 시대’ 고객 관리를 위해 겪는 여러 가지 고민 중 하나가 불만 고객에 대한 관리다. 불만 고객을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고객 불만 제로화, 즉 처음부터 실패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선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의 기분상태, 개인적인 취향 등의 주관적인 요인에 의해 불만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교육 훈련 및 모니터링을 통한 서비스 개선 노력을 펼치는 한편 서비스 회복 전략을 펼치기 위해 고객의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고객의 소리함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이 불만을 제대로 다 표현할까?


홈페이지나 고객의 소리함에 엽서를 통해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만이 불만을 가진 고객이며, 나머지 고객은 모두 만족한 고객일까? 그렇지 않다. 와튼스쿨(Wharton School)[4] 조사에 따르면 불만족한 고객 중 5%만이 불만을 토로할 뿐 나머지 95%는 침묵을 지키거나 친구, 가족, 동료 등에게 자신이 느낀 불만을 이야기(부정적 입소문)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95%에 해당하는 침묵하는 고객들에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표출한 일부 고객의 회복 전략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침묵하는 고객을 어떻게 관리하고 그들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을까?


침묵하는 고객의 소리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소리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정보로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고객의 불평을 골치 아픈 것으로 인식하기보다 학습의 기회로 삼아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고객의 소리를 서비스 제공의 실패가 아닌 더 좋은 서비스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마인드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고객들이 좀 더 편하고 쉽게 그들의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불만 표출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파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침묵하는 고객들은 고객의 소리함에 직접 의견을 표현하지 않지만, 최소한 절반에 해당하는 고객들은 구성원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인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생각을 바꾸어 침묵하는 고객에게만 집중하지 말고 고객이 직접 고객의 소리함에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불평과 불만을 표시하고 갔다는 고객의 소리를 들은 내부고객에게 초점을 맞추는 방법은 어떨까? '고객의 소리를 들은 고객의 소리함’과 같은 의견 수렴 창구를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마련하고, 정보를 취합하여 고객을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 말이다. 그리고 정보를 제공한 내부고객에게 쿠폰상품까지 제공하는 노력을 한다면 침묵하는 고객의 소리를 좀 더 많이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객의 마음을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지속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알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 말고 다른 왕도가 없다. 


              



[1] CRM :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


[2] CS : Customer Satisfaction, 고객만족


[3] 소셜 플랫폼(social platform)은 의사소통 등 일상생활은 물론 조직 운영과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기존 인터넷, 정보 서비스를 사회적 관계, 경험, 평판, 추천 등을 기반으로 다시 구조화하여 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게 하는 플랫폼


[4] 와튼 스쿨(Wharton School of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경영대학이다. 1881년에 필라델피아의 사업가인 조셉 와튼의 기부로 설립되었다. 경영 대학원(Graduate School)과 학부 과정(Undergraduate)이 모두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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