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가 갱년기이고 게스트가 사춘기라면 어떻게 해야 공존할 수 있을까요?
집에 손님이 오면 청소를 하고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를 하는 게 보통이잖아요?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부모들에게 손님을 대하듯 하라고 어떤 강의에서 들은 기억이 있어서 비슷하게라도 해보려고 시도하는 중입니다.
호스트는 엄마이고 게스트는 사춘기 자녀라고 볼 때 게스트가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호스트가 지켜야 할 예의일 것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난관이 제 앞을 가로막는 것 같습니다. 하필이면 사춘기 게스트와 동거하는 저에게 갱년기가 찾아오려나 봅니다. 나이가 마흔 중반으로 가고 있기도 하고 요즘 갱년기를 일찍 경험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괜히 별것 아닌 남편의 행동에 울컥 화가 나기도 하고, 사소한 것으로 꼬투리를 잡기도 하고, 평소보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스스로 느낍니다.
어쩌면 우리 집 게스트(사춘기 몽이씨) 눈치 보느라 예민해져서 애꿎은 남편에게 더 그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년 12월 마지막날 밤에 송구영신 예배를 가려는데 남편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보통 같으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남편을 걱정하는 것이 우선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몽이가 아침에 예배를 다녀와서 밤늦게 예배를 또 가는 것이 말이 되냐며 며칠 전부터 투덜대고 있었기에 괜히 남편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현장 예배를 안 가고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잔머리를 굴리는 몽이에게 남편의 컨디션 난조가 괜한 핑곗거리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몹시 불편했습니다.
게다가 남편이 며칠 전부터 저에게 연초부터 아프지 않도록 컨디션 조절 잘 하라며 애정 어린 잔소리를 했는데 정작 남편 컨디션이 나쁘니 괜히 더 심술이 났습니다.
제가 왜 심술을 부리는지 도무지 포인트를 못 잡는 남편이 어쩔 줄 몰라 곤란해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모르는 척 외면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예배를 갔습니다.
다행히 몽이도, 남편도 저의 의도적인 심술을 그냥 넘어가주려고 애쓰는 듯했습니다.
이건 누가 게스트고 누가 호스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저의 감정이 널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제발 정신줄 꽉 붙잡자!!
다정하고 착한 아들이라고 아주 배가 불렀네, 불렀어!!'
몽이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배를 다녀온 후 차를 끓여주고 담요를 추가로 챙겨주고 체온을 재보고 미안한 마음에 평소보다 과하게 남편을 챙겨봅니다.
몽이에게도 간단한 간식을 만들어주고 각자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사춘기와 갱년기의 대격돌이 언제 일어날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저 잘 버틸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