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파티

포동포동 아기 같던 모습에서 어른 비슷해진 지금까지의 스토리

by 은소

몽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던 이유는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무시하지 않고 아이의 장점을 발견하며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볼 수 없지만 우리에게, 몽이에게 3년간의 시간을 돌아보면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강과 방학의 시작인 오늘, 학교는 기숙사에서 한 학기 동안 지내며 쌓아온 자녀의 짐들을 빼러 온 부모님들의 차량이 주차장에 가득합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우리 학년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하는 파티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기숙사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여러모로 신경 쓰시느라 그동안 힘드셨을 텐데 뭐 이렇게까지 하실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내심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신들이 3년 동안 학교에서 어떤 시간들을 가장 의미 있게 보냈는지 정리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아이들 모두가 발표를 해야 하기에 팀을 나누어 모인 교실에서 각자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가족들 앞에서 발표하고 질문과 칭찬을 해주는 자리입니다.

내 아이의 발표 순서가 아니어도 모두가 애정을 담아 귀 기울이고 호응하며 칭찬하고 서로의 자녀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합니다.

짧은 프레젠테이션 안에 알차게 담겨 있는 아이들의 눈부신 성장에 공감하고 격려하며 가슴 뭉클한 가족들의 탄성이 계속 터져 나옵니다.


평소에 가족 한정 칭찬에 인색한 편이라서 오늘은 작정하고 몽이에게 공개적으로 칭찬 한마디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꼴사나워하지 않고 진심으로 공감하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평소에 제대로 말 붙여본 적 없던 얼음공주 같은 소녀에게도 꽤 멋진 칭찬 한마디를 전하였지요. 그녀의 어머니가 자녀에 대해 몰랐던 칭찬을 들어서 보람된 시간이라는 농담에 다 같이 깔깔 웃었습니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부모를 떠나 기숙사에서 첫 독립을 경험한 아이들의 앳된 모습,

2학년 캐나다 연수를 통해 한번 더 새로운 도전을 경험했던 아이들의 스토리,

3학년 캄보디아 봉사활동과 졸업여행에서 배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

매년 국토사랑행진을 통해 경험한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점수로 평가하지 않는 대화형 평가를 통한 메타인지와 관계성의 성장..


2부로 졸업생들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 자녀들이 부모에게 상장을 수여하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상 이름과 내용은 자녀가 부모에게 전하는 칭찬과 감사의 말이 담겨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수여된 상장을 소개하자면,

상장! 상상 이상

위 부모님은 자녀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랑해 주고 도와주고 아껴주셨기에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재치 넘치고 톡톡 튀는 상 이름을 들으며 감동과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이어서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부모님 두 분의 인사말을 듣고 선물 증정식을 하였습니다.

단체 사진을 남기고 임원진에서 준비한 식사를 함께 나누며 테이블 교제가 이어집니다.

학년장 선생님께서 몇몇 부모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을 보니 3년 동안 누구보다 수고하고 애쓰신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아이들이 이렇게 성장했구나 울컥합니다.


내년에 어머니 대표를 맡게 되어서 부담을 한가득 안고 있는 저에게 다가오셔서 당신이 학년장 하는 동안 대표 안 하시더니 왜 이제야 하시냐며 농담을 하십니다.

제가 어머니 대표하니까 당신도 내년에 고1 학년장 해야겠다고 장난을 치십니다.

제가 어머니 대표를 맡게 된 비하인드는 다음에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이름은 사랑하고 순종하는 공동체입니다.

서로 사랑했고 권위자에게 순종했고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던 3년의 시간을 마무리하며 우리가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들을 돌아보는 아름다운 마지막 파티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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