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inezoos Oct 03. 2019

시험관 아기인데요?

쌍둥이 = 시험관, 자동적 사고라니

결혼 8년 차에 쌍둥이를 낳았다. 5년간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신랑과 둘이 알콩달콩 사는 삶에 만족했고, 강아지 입양 후 우리 가족의 행복은 더 해져갔다.


결혼 6년 차, 아이를 가질까 말까 양가적인 감정이 있을 때 임신을 했는데 16주 차에 유산을 했다. 유산 후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슬픔을 느끼며 아기를 보내줬다. 아기를 잃은 슬픔도 컸지만 그 보다 죄책감이 더 힘들었다. 조금만 더 임신을 기뻐하고 관리를 잘했으면 보내지 않아도 됐을 아기였을텐데... 기뻐하고 행복해하던 신랑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아기를 16주간 품으면서 아기와의 일체감을 경험을 해 본 나는 임신이란 신비한 체험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 비로소 엄마가 될 준비가 된 것이다. 이렇게 임신에 대한 갈망이 있었나 스스로 놀랐다.


유산으로 지친 몸을 회복한 후 본격적인 임신을 시도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1년 8개월이란 시간이 무의미하게 지나갔다. 지친 우린 불임 전문 병원에서 인공 수정 시술을 받기로 했다. 임신이 될까 안될까 하는 불확실함을 견딜힘이 필요했다. 그 시간 동안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만나도 될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 걸러졌다. 내 몸을 지키기 위한 짐승적 본능이었다.


그렇게 1차 인공시술을 받았고 결과는 실패. 신랑과 나는 그동안 마시지 못했던 술을 마시며 서로를 위로했다. 인공 시술 1차 실패 후 바로 시험관 시술을 하기로 했다.


시험관 시술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난소의 과배란을 유도하기 위해 약을 먹고 자가로 주사를 맞아야 했다. 몸의 밸러스가 깨지면서 발에서 불이 나오는 것 같은 뜨거운 경험을 했다. 그 후 잘 자란 난자를 채취하는데 그 과정 또한 험난했다. 나 같은 경우는 부분 마취 후 난자 8개를 채취했는데  한 개씩 뽑아낼 때마다 생리통의 몇십배 정도 되는 고통을 느꼈고 결국 복수가 차서 뚱뚱이가 된 배를 부여잡고 포카리스웨트만 들이켰다.


이때 채취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는데, 정자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남편 또한 비루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암실에 들어가 야한 영상을 보며 정액을 채취해야 하는 민망함을 감당해야 한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 배아 배양에 성공하면 자궁 안으로 배아를 이식한다. 이때 착상 유무에 따라 임신의 길로 들어서냐, 아니냐가 결정되는데 이때 기다림은 피가 마른다고 해야겠다.


그 우여곡절의 끝에 시험관 시술 1차에 바로 임신이 되었다. 그것도 쌍둥이. 우린 기뻐서 춤을 췄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진심 어린 축복을 받았다. 그런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들은 축하도 축하지만 '시험관이야?'라고 꼭 물었다. ('실험관이야?'라고 묻던 사람도 있었다. 실험관이냐니. 내가 뭔 과학실이냐.')  대답하면서 어쩐지 불쾌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시험관인 게 뭐 어떻다고. 내 몸에 꼭 하자라도 있는 거 마냥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시험관 이냐고 묻는 건, 상대방에 대한 몰 이해라고 생각이 든다. 시험관 시술의 성공률은 32.2%로 그 과정에 쏟은 돈과 시간, 노력과 몸과 마음고생 후에 얻은 소중한 아기라는 걸 안다면 별 뜻 없이 '시험관이야?'라고 물을 수 없을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나올 수 없는 말.


그렇게 결혼 8년 차에 멜론과 사과를 낳았다. 기분 전환 삼아 유모차를 끌고 산책이라도 나가면 쌍둥이란 이유로 이목을 끈다.


'어머나 쌍둥이네. 귀여워라.' 사랑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머나 쌍둥이네. 시험관이에요?' 통성명도 없이 쑥 들어오는 그놈의 시험관이냐는 질문. 게다가 그 사람은 순진무구하고 선량하게 물어봐서 대답을 안 할 수도 없다.


임신했을 때부터 따라다니는 그 질문이 여전히 편치 않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가 별 뜻 없다는 걸 안다. 쌍둥이 = 시험관이라는 자동적 사고만 있을 뿐.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것. 그래서 나 역시 의미 담지 않고 대답한다. 그래요. 저 시험관으로 쌍둥이 낳았어요.


그런데 한 번 묻고 싶긴 하다.

그게 왜 궁금하세요?




멜론, 사과. 건강하고 무탈합니다.

이전 01화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