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컬럼니스트 김유경의 세계미식기행 #10
구정 연휴를 이용해 홍콩에 다녀왔다. 침사추이, 코즈웨이베이, 센트럴 등 홍콩의 거리 이곳저곳을 다녀봤지만 기자의 취향에 맞는 곳은 센트럴 소호거리였다. 서울에서도 경리단길과 이태원을 가장 좋아하다보니 그 곳을 닮은 홍콩의 소호거리가 편하게 느껴지고 길을 찾기도 쉬웠기 때문.
소호거리에 도착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요리조리 골목을 들어가고, 언덕을 오르내리면 재미있는 소품샵, 디자인샵, 호텔, 학교, 오락실, 디저트샵, 비스트로, 와인바 등 다양한 업종들이 줄지어 있다. 수평으로 줄지어있기도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는 건물 높이들을 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그래피티라 하기엔 너무 정제되있지만 거리 곳곳의 벽이 감각적인 그림들.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니다가 맛집 촉이 발동했다!
(Tai Cheong Bakery)
타이청 베이커리는 바삭한 파이 위에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을 올린 에그타르트로 유명하다. 소박한 작은 빵집처럼 보이는데, 타르트를 사려는 사람들로 항상 만원이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Christ Patten이 영국에 돌아가서 이 맛을 잊지 못해 국제 주문을 해서 먹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사실 에그타르트의 원조는 포르투갈이다. 마카오의 음식, 즉 매케니즈 음식이라고도 하는 이유는 마카오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을 때 포르투갈과 중국의 요리문화가 만나 재탄생했기 때문. 그래서 타르트 마니아라면 마카오의 에그타르트와 맛을 비교해 봐야한다. 먼저 홍콩 타이청 에그타르트를 소개하고 마카오에서 먹은 에그타르트를 비교 하겠다.
바닥은 크럼블과 쿠키의 중간이라고 해야할까?
타르트쉘 안에 계란과 커스터드 크림을 매끈하게 채워넣었다.
바로바로 구워내기 때문에 상당히 뜨거운 상태로 반갑다고 한입에 털어넣으면 안된다.
마카오 에그타르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타르트 쉘인데 옆면 보다는 바닥의 타르트쉘이 더 얄팍했고, 필링이 마치 푸딩같이 모양이 잡혀져있었다.
참고로 에그타르트를 만들 때는 달걀 노른자, 설탕, 우유, 생크림, 녹말, 바닐라빈을 사용한다
가격은 홍콩달러로 8달러~9달러 (한화로 1500원정도) 였고 타르트 도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밀도가 높은 쿠키’에 가까운 식감을 지닌다.
하지만 약간 목이 메인다.
페리를 타고 마카오로 넘어왔다
마카오는 150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가 있어 거리 곳곳이 유럽풍 건축양식과 조약돌 포장 도로로 가득차있다. 포르투갈의 그림자라고 볼 수 도 있겠지만 유럽 분위기 물씬나는 이 곳 마카오는 에그타르트,육포, 아몬드쿠키 등 반드시 먹어야 하는 디저트들로 꽉차있는 곳이다.
마카오는 제주도의 1/60밖에 안되는 작은 지역이기 때문에 하루? 아니 반나절이면 투어를 다 할 수 있다. 물론 카지노와 쇼핑을 제외하고...
에그타르트 이야기로 넘어간다.
기자는 성바울 성당 옆에서 파는 에그타르트 집을 갔다.
성바울 성당은 마카오 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문화 유적지 중 하나로 1954년에 설립된 아시아 최초의 유럽형 대학 성 바울 대학의 일부였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화재가 두번이나 나면서 건물의 앙상한 뼈대만을 남긴 채 모두 불타버렸다.
성당을 내려오면 계단 오른쪽에 MARC HIUUI 라는 가게가 있는데 간판이 찾기 쉬워 사진을 함께 올린다. 이 가게 오른쪽에 에그타르트와 버블티를 파는 곳이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비주얼이 우릴 맞이하고 있다.
마카오 에그타르트
가격은 한개에 마카오 9달러. 홍콩이나 마카오 환율은 1:1 이기 때문에 계산하는데 복잡하진 않다. 한화로 치면 1500원정도 되는 가격.
마카오 에그타르트가
홍콩 에그타르트와 다른 점은 두가지다.
첫번째
필링에 들어간 우유가 충분히 익으면서 카제인이 그을린 자국이 있고, 조금 더 달다. 또, 수분이 더 많은 편이여서 입에 넣는 순간 입안이 커스터드 크림으로 꽉 찬다.
두번째
바닥이 타르트쉘이 아닌 페스츄리다.
페스츄리 시트에는 버터가 들어가있어서 조금 더 기름지지만, 오븐에 구워내면 바삭바삭하다. 페스츄리가 와닫지 않는다면 한겹 한겹 쌓은 크로와상을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파는 밀크티도 요물이다.
타피오카가 잔의 반을 가득 채울정도로 많았고, 밀크티의 농도가 대단했다. 스타킹 밀크티로 알려진 홍콩의 란퐁위엔 밀크티를 못먹어서 속상했는데 그거보다 차라리 이 밀크티가 훨씬 농도가 진하고, 부드러웠다.
글래스 젤리도 넣을 수 있다.
후하게 들어가있는 타피오카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기자는 마카오 에그타르트에 손을 들어 주고 싶다. 홍콩 에그타르트에 비해 훨씬 더 부드럽고, 달콤하고, 크로와상같이 바삭한 질감이 매력적이다. 홍콩은 타이청베이커리, 마카오는 디에이트, 오문까페, 산 호우 레이 등 블로거들 사이에서 알려져있는 까페들이 많은데 맛 차이는 크게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에 맞게 찾아 가기를 권한다.
WRITTEN BY 김유경 기자
PHOTOGRAPHED BY 김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