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동화 찾기

독일 소도시 여행 - 마르부르크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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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시 마르부르크(Marburg an der Lahn)는 구시가지를 일컬어 오버슈타트(Oberstadt)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산 아래부터 마을이 시작해 산 정상의 성까지 고풍스러운 구시가지가 쭉 이어지기 때문에 '높은 시가지'라는 의미의 오버슈타트라는 이름이 생겼다.


마르부르크의 오버슈타트는 그 자체로 중세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낭만적인 정취를 드러내지만, 여기에 한 가지 보너스가 더 있다. 그림 형제와의 인연을 기리며 동화의 심볼을 도시 곳곳에 감추어둔 것이다. 숨은 동화를 찾다보면 만나게 될 소도시의 매력포인트를 다섯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마르크트 광장

시청사가 있는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은 오버슈타트의 중심이다. 경사진 광장의 정면에 시청사가 있고, 예쁜 건물들이 광장을 빙 둘러싼다. 쉬어가기 좋은 벤치도 곳곳에 있어서 광장의 풍경을 바라보며 땀을 식히기 좋다. 시청사 옆 건물 외벽에는 커다란 곤충 형상의 조형물로 장식되어 있는데, 그림 동화 <용감한 꼬마 재봉사>에 등장하는 '일곱 마리 파리'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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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시청사 | 우: 그림 형제 기념작품


Scene 2. 란트그라프성

오버슈타트에서 가장 높은 곳, 전망이 탁 트인 산 정상의 란트그라프성(Landgrafenschloss)은 옛 백작의 거성으로 오늘날에도 상당히 견고한 성채를 드러낸다. 오늘날 대학교로 사용되고 있으며, 연구 학술 목적으로 만든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다. 란트그라프성까지 돌 바닥이 울퉁불퉁한 등산로를 올라가는데, 이 길목에서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거울'과 <신데렐라>의 구두 한 쪽을 설치해 그림 형제를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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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란트그라프성 | 우: 그림 형제 기념작품


Scene 3. 성모마리아 교회

루터파 교구교회인 성모마리아 교회(St. Marienkirche)는 란트그라프성 바로 아래에 있다. 높은 탑과 엄숙한 내부를 구경할 수 있고, 마치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테라스와 같은 교회 앞마당은 조용하게 쉬어가기 좋다. 여기서도 그림 형제의 기념물이 발견되는데, 그냥 보이지는 않고 테라스 난간 너머 아래쪽을 바라보면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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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성모마리아 교회 | 우: 그림 형제 기념작품


Scene 4. 코른마르크트 광장

오버슈타트의 초입에 해당하는 곳. 이제 막 계단을 오르기 시작해 숨이 차기 시작할 때 만나게 되는 코른마르크트 광장(Kornmarkt)은 대학 교회(Universitätskirche) 옆 아담한 공원이다. 도서관을 주제로 하는 조형 예술작품이 광장 구석구석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이것이 그림 형제 기념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진짜 기념물은 대학 교회 외벽 중간에 걸려있다. 광장에서 교회를 향해 고개를 들면 <스타 탈러>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 외벽에 붙어있는 걸 볼 수 있다. 어두울 때에는 그 아래 버튼을 누르면 별이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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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코른마르크트 광장 | 우: 그림 형제 기념작품


Scene 5. 식물원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만든 옛 식물원(Alter Botanischer Garten)은 오늘날 학생과 시민을 위한 쾌적한 공원으로 열려있다. 잘 관리되는 잔디밭과 무성한 나무는 피크닉과 일광욕을 즐기고, 가족이나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기 좋은 쉼터가 된다. 식물원 한가운데에 작은 연못이 있는데, 지금은 풀이 무성히 자라 연못의 형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연못 위에 설치된 조형물만큼은 선명히 보인다. 그림 동화 <어부와 그의 아내>에 나오는 '넙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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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식물원 | 우: 그림 형제 기념작품

마르부르크는 오버슈타트가 예쁜 소도시다. 기본적으로 소도시가 가진 삐뚤삐뚤한 골목과 건축물의 조화, 여기에 오버슈타트이기에 더해지는 경사진 높낮이가 주는 풍경의 변주가 인상적이다.


물론 오버슈타트이기 때문에 골목을 걷는 동안 숨이 차고 다리가 묵직해지는 건 맞다. 하지만 그 사이 숨은 그림 찾듯 발견되는 그림 형제의 흔적들이 피로를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숨은 동화를 찾는 오버슈타트의 매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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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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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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