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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츠뎀 May 05. 2019

독일의 정당명부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2017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 참관기_EP.03_독일 연방의회 선거제도

독일의 의회제도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선거제도 개혁의 모델로 많이 회자되는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독일은 의원내각제 정부 형태를 취하고 있고 의회는 상원과 하원의 양원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원을 보통 분데스라트 Bundesrat, 하원은 분데스탁 Bundestag이라고 합니다. 또한 독일은 16개의 주로 이루어진 연방국가입니다. 

독일의 16개 주와 주 수도

 

독일의 연방상원인 분데스라트 의원은 이 16개 주에서 인구비례에 따라 파견된 주정부의 대표자들로 구성되며, 독일의 연방하원(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분데스탁 의원은 국민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됩니다. 연방상원의 정수는 69명이며 연방하원의 정수는 598명입니다. 하지만 연방하원인 분데스탁의 실제 의원수는 연동형 비례 대표제의 의석 배분 방식에 따라 매번 달라지며 2017년 제19대 연방총선에서는 최종 709명이 되었습니다. 이글에서는 우리의 총선에 해당하는 연방하원 선거 즉, 분데스탁 선거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독일의 총선

독일 연방의회(분데스탁, 하원) 의원은 만 18세 이상의 국민들의 직접, 보통, 평등, 비밀 선거에 의해 선출됩니다. 모든 선거권자들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1인 2표를 행사합니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2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1장의 투표용지에 하나는 지역구 후보자에 대해서 기표를 하고(제1투표) 다른 하나는 지지 정당에 대해 기표(제2투표)를 하는 방식입니다. (아래 독일 연방의회 선거  투표용지 참조.)



따라서 독일의 연방의회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한 단순 다수대표제와 주별 정당명부를 기반으로 한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독일 연방의회 의석은 정확하게 정당이 선거에서 획득한 제2투표의 득표율에 비례하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무엇보다 각 정당은 최종 의석수는 정당별 득표 비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정당에 대해 기표하는 제2투표가 가장 중요합니다. 투표용지를 보시면 왼쪽에는 특정 정당의 지역구 후보자 이름이 게재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선거에 참여한 각 정당의 이름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연방의회 선거는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지역구 소선거구제를 가미한 "인물화 된  비례대표제"라고 합니다.

독일의 각 주별 지역선거구 수, 총 299개


독일 연방의회 의석 배분 방식 

독일 연방의회 의석은 전국의 299개 지역선거구에서 제1투표에 의해 선거구민들이 직접 선출할 수 있는 299명의 지역 당선자 의석과 나머지 299명의 비례대표 의석을 합해 총 598석으로 선거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의석은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이른바 초과의석보정 의석 때문에 발생합니다. 독일 연방의회 의석 배분 방식은 먼저 총 의석수 598명을 16개 주의 인구비례에 따라 각 주에 배정합니다. 이후에는 독일 연방의회 의원 당선자 결정은 모두 주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각 정당들도 주 단위로 후보자 명부(정당 후보자 명부)를 제출합니다. 예를 들어 598명의 의석 중에 베를린 주에 배정된 의석수가 20석이고, 베를린 주에서 사민당(SPD)이 획득한 제2득표 비율이 50%라면 사민당은 10석을 차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베를린 주 12개 지역선거구에서 모두 사민당이 제1투표에 의해 지역 당선자를 배출했다면 이 지역 당선자들은 무조건 우선적으로 의석을 배분받기 때문에 이른바 초과의석(Überhangmandate)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만일 다른 주에서도 이런 식으로 초과의석이 발생한다면 실제 의원수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즉 초과의석은 어느 정당이 각 주에서 자신들이 제2투표 득표비율의 의해 배분받아야 하는 의석수보다 더 많은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했을 때 발생합니다. 

독일 연방의회 정당별 의석 구성(2019년 현재)

이 독일의 독특한 초과의석 제도 때문에 실제 국회의원 수가 선거법에 정해진 의원 정수보다 더 많아졌고 실제 의석 비율이 정당의 제2투표 득표비율에 비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는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위헌으로 판정했고 2013년 총선부터 새로운 의석 배분 방식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의석 배분 방식의 핵심은 초과의석이 발생할 경우 다시 정당 득표율과 실제 정당별 의석비율이 맞지 않게 될 경우 이를 보정할 추가 의석(Ausgleichmandate 보정의석) 부여하는 것입니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단점

이런 독일의 정당명부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용이하게 하고 정당체제의 양극화를 완화시키고,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인한 사표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정당별 제2투표 득표율이 5% 이상이거나 지역선거구에서 3명 이상의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만 의석 배분에 참여하는 의석할당 정당이 됩니다. (이른바 5% 장벽) 따라서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정국이 혼란해 지거나 타협과 합의의 정치가 어려워지는 것을 예방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역구 후보자가 지역선거구에서는 낙선하더라고 정당득표를 통해 다시 의원이 될 수도 있고, 정당이 높은 제2투표를 득표를 획득해야 많은 의석을 할당받을 수 있기에 선거는 정당의 정책 중심 선거가 됩니다. 따라서 지역구 당선자에게 투표하지 않은 모든 유권자들의 표는 사표가 되지도 않습니다. 독일의 선거제도는 이렇듯 승자독식의 선거제도가 아닙니다. 지역구 후보자는 자신만 지역선거구에서 당선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당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자신의 당선 가능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운동도 정당의 정책대결 중심으로 펼쳐지며 극단적으로 과열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가 정확하게 의회의 실제 의석 비율로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하게 분화된 현대사회의 특성에 맞게 소수의 정치세력에게도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의회제도를 대변할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됨으로써 지역 대결 구도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17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 참관기_EP.04_독일의 선거운동은 무엇이 다른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eurozine/98




독일의 지역선거구 wahlkrei 지도, 2019년 현재


  


https://www.bundeswahlleiter.de/bundeswahlleiter.html 독일 선거관리기관

   


https://www.bundestag.de/ 독일 연방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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