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Black : 008]
너의 사슴 같은 흔들리는 두 눈을 보고 있으면
내가 감싸주고 지켜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참 웃기지
나 스스로도 내 앞가림도 겨우 하면서
감싸려 할 때마다 네 몸에 돋아난 수많은 가시에
나는 피를 흘렸어
너는 너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랬겠지
상처는 아물어도
그 속은 허무할 뿐
가장 소중한 것을 떠올릴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
울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나는
눈물도 어리광도 부릴 수 없었지만
그런 나 자신도 나의 일부인데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해.
이럴 때 네가 옆에 있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너를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해.
네가 가장 아팠을 때 너를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넌 내 오랜 친구였고
지금도 가끔씩 난 꿈에서 네 모습을 봐.
너를 떠올리면 내 삶에서 가장 아팠던 기억도 꺼내질 수밖에 없었기에
모든 걸 묻고 갈려고 했어.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나 자신 조차 부정하는 것이니까, 그래서는 행복해질 수 없었던 거야.
너무도 꽃다운 나이에 떠날 수밖에 없었던 친구야.
그곳에서는 행복하기를.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기다릴게.
ⓒ 미양(美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