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Black : 025]
나를 움직였던 원동력은, 자존심도, 질투도, 응원도, 격려도, 무시도, 사랑도 아니었다.
그저 이 일은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마땅히 이루어야 하는 것, 「신념」이었다.
누군가의 강요나 무조건 이걸 해야 한다는 고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가 내 앞에 놓이고, 나는 그것을 이루어지도록 실행한다.
지극히 단순한 논리이다.
여기에 무언가의 확률이나 운, 계산은 넣지 않는다.
나 여기 구하고 나를 바치오니, 나머지는 그저 신의 뜻대로 하옵소서.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여기서의 신은 특정 종교를 말하는 것이 아닌, 관념을 상징한다.)
즉, 나는 무언가를 보고, 그것을 실행하고, 결과의 성공과 실패를 따지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를 보는 순수한 비전은 탁해진다. 또한, 망설임으로 인해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물거품 되어 버린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예측하지 말 것」, 「제한하지 말 것」, 「검열하지 말 것」, 이 모든 언어는 「한계를 정하지 말 것」으로 동음이의어로 바뀌게 된다.
나는 책을 많이 읽은 현자도 아니요, 학창 시절 전교 등수에서 놀던 우등생도 아니었다.
관심 있던 과목 외에는 그저 그런 성적이었고, 미술 외에 특별히 잘하는 게 있던 것도 아닌 평범한 아이였다.
나를 돌아보는 작업을 하면서, 삶이 행복했나 불행했나를 되짚어보니, 불행은 과거의 환경에서 비롯되었고, 행복은 지금 내가 여기 존재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에서 다가왔다.
어떠한 제약도 없는 무한한 가능성___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것, 나는 이것이 나 자신을 버림으로서만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실제로 그렇다. 여기서의 나 자신은 관념으로 똘똘 뭉친 에고 덩어리인 자신을 버리라는 것___ 그리고 왜 그리 많은 현인들께서 명상과 내면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셨는지도___이었다.
내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내가 처했던 환경, 원하지 않던 일들, 내가 바꿀 수 없었던 일들, 그 모든 것들에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침묵했던 자신을___ 결국 내가 원하는 일들만 일어나길 바랬던 것 자체가 거대한 에고 덩어리였다는 것. ‘인연’이란, 좋은 것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것은 찰나일 수도, 고통일 수도,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도 있다. 늘 행복하기만 한 삶이라면, 배울 수 있는 것도 없다. 나는 줄곧, 내 삶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무일뿐이라고 자책했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어떠한 원동력을 얻을 것이며, 내가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그저 누군가가 심어준 가짜가 아닐까___ 나라는 사람 자체가 가식이고 모순 덩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바보처럼.
나는, 우리 모두가 나의 마음, 나의 생각이라고 정의 내리는 것 자체가 우리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고, 에고는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아버릴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타인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에, 100% 나에게서 나온 것, 나의 철학___이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위대한 철학은, 한 사람에 의해서 정의 내려진 것이 아닌, 끊임없는 토론과 반론으로 다듬어지고 닦여져 내려온 것이다. 그 답도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답을 찾고, 거기에 의지한다. 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으려 한다. 모든 인간은 불안한 존재이며, 동시에 그 불안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있는 존재이다.
세상의 모든 이가 너는 틀렸다고, 늦었다고, 모두가 등을 돌리고 떠나더라도 나만은 내 편이 되어 끝까지 나를 믿어주는 것, 그게 바로 「신념」이다.
ⓒ 美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