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Black : 009]
내 마음속의 아이는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나를 혼자 두지 말아 달라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누구라도 좋으니 내 말을 들어달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와 가장 곁에 있었던 것은 나였습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도 외면했습니다.
나를 혼자 둔 가족을, 환경을,
자신조차도 끊임없이 원망했습니다.
그 아이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온전히 마음을 열고 꼭 끌어안아 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동안 내가 겪었던 고난은 삶을 알아가기 위한
배움의 과정이었습니다.
이유 없이 욕을 먹고,
서로 다른 가치관에 갈등을 낳고,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가족 간이라도 배신을 할 수 있으며,
사회는 끊임없이 서로를 평가하고 비교하며
무한한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상의할 어른도 멘토도 형제도 없던 나는
모든 것을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고,
그것이 누구를 위해서인지
무엇을 위한 삶인지가 아닌
그저 살아남아야 하며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여유도 없는
그런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늘 행복한 삶을 바라면서도
끊임없이 무엇인가에 몰두를 해도 내면의 공허함은 채울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 행복은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도 아님을
배웠습니다.
누구나 삶에서 만남과 이별은 피할 수 없기에
바라는 것보다 내려놓음이 커져가면서
내 고정관념은 하나 둘 깨어지고,
당연했던 것들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으며
나를 벼랑에 몰았던 시련들은
나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웠던 건
따스한 한마디와 작은 친절들,
진심 어린 조언과 먼저 손을 내밀어주었던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내 삶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 이전에
왜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내가 태어난 이유와 앞으로를 살아갈 이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내가 인정받고 아름답고 많은 것을 성취했기에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
내가 무시받고 맞고 방치되고 비난당했기에
나를 미워하는 것이 아닌
이 모든 것들이 지나고,
그럼에도 건강하게 살아 있고 그저 숨 쉬고
눈 앞에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오늘을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그저 감사함에
눈물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합니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내면의 아이가 왜 울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주고
평온을 찾게 되면서 비로소 타인의 목소리들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또 매일매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겠지요.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어쩌면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고
각자의 숙제를 안고 그렇게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나 역시 아직 삶의 이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저 살아야 했고, 살고 싶었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삶이 당신을 망치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함에 괴롭더라도,
그저 살아계시고,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살아 있으면 반드시 행복해질 거라는 상투적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삶은 나로부터 비롯되고,
나 자신이 곧 사랑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되기를
미루지 말아 주세요.
우리에게 삶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나보다 먼저 간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며
내가 가장 원하는 걸 추구하는 것을
망설이지 마세요.
삶에 있어 어떤 후회도 남기지 말고,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 주세요.
나 자신의 행복을 타인과 비교하지 마세요.
나의 삶은 온전히 나의 것입니다.
누구도 나 자신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위대한 삶도, 잘못된 삶도 없습니다.
언젠가 내가 사라지더라도
가슴속에 수많은 추억을 안고 갈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행복하기를.
ⓒ 미양(美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