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서평
10월 독서모임에서 내가 읽은 책은 '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였다. 저자는 마음의 방은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다고 말한다. 한 번이라도 나와 관계를 맺어 내 방으로 들어온 사람이 남긴 상처되는 말, 함께 나눈 공감의 대화, 유머는 언제고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잊고 있다 여겼던 한 마디가 불현듯 되살아나고, 잊고 있다 여겼던 사람이 홀연히 떠올라 마음이 붉어졌던 기억이 나는 있다. 그 말은 서랍 깊숙이 처박아두고 싶던 모멸감이 담긴 한 마디일 때도, 문득 내가 썩 괜찮은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던 한 마디였던 적도 있었다. 그 이유는 달랐으나 문득 내 마음을 붉게 물들여버리는 것은 같았다.
이런 선명한 기억은 내 방에 누군가를 들이는 데에 심사숙고해야 하는 당연한 이유가 된다. 내 방에 한번 들어온 타인은 내 삶에 평생 흔적을 남기고 그것을 감당해야 할 사람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그것도, 영원히.
내 마음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않기 위해 저자는 문지기를 세우는 방법을 제안한다. 문지기는 내 마음의 방문 앞에 서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을 내 방으로 들일 것인지 판단한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저자는 내 잘 삶을 돕는 가치와 삶을 연결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나는 문득 연필을 들고 생각을 hb의 까슬거리는 연회색 글씨에 내 가치의 한 획씩을 써보았다. 먼저 내가 나로 살기 위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카테고리를 정한다. 나는 개인적 삶, 일의 영역, 가족, 우정, 재정, 건강 등이 될 수 있겠다. 카테고리를 정했으면 각 영역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목록을 작성한 후, 그 가치가 드러난 행동을 한 두 문장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개인적 삶 카테고리: 의미발견, 희망, 도전, 그릿, 음미, 예술과 자연의 향유
-의미발견: 객관적 삶의 사태가 정해져 있다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사태를 대하는 나의 주관적 태도이다. 우아하고, 명랑할 것.
내 삶에 중요한 가치는 차단바 역할을 한다. 내가 소중한 가치를 함께 소중히 여기는 사람, 나의 가치에 부합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 나에게 좋은 일이 있었을 때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 그 사람 앞에서 내 입지가 좁고 내가 말하기보다 더 들어야 하지만 내게 그 사람 자체가 교훈이 되고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사람, 함께할 때 가장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 내가 온 마음으로 나만큼 사랑하는 사람. 이 사람들은 이 차단바 안으로 들일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보다 나를 실현하는 잘 삶을 이루리라.
막연했던 생각에 연필을 쥐어주고 흰 종이에 써 내려가니 내가 더욱 선명해졌다. 나 이런 사람이구나. 거울의 내 모습을 보며 내 눈이 이렇게 생겼고, 코가 이렇게 생겼고, 입이 이렇게 생겼음을 감각하며 나라는 사람을 알아채듯, 뭉게뭉게 둥둥 떠있는 내 생각에 연필을 쥐어주면 막연함들이 구체적인 글자가 되어 흰 종이에 내려앉는다. 내 생각을 감각하는 일은 늘 짜릿하다. 언제 생겼나 싶은 점을 하나 발견하고는 시무룩하기도 하고, 뾰족한 까칠함에 좀 정 떨어지기도 하지만, 주름에 담긴 너그러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게 모두 나. 매해 변하는 나를 감각하는 일은 나다움으로 내 다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미 내 삶에 들어온 사람들도 정리해야 함을 말한다. 정리 역시 같은 원리이다. 내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내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에게 더 시간을 들이고, 내 에너지를 소진하게 하는 사람은 깊은 서랍에 넣어두는 것. 날 지치게하는 사람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시간을 좀 더 확보하는 것일 테니.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소개하며 나는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건 가치가 아니었을까요 하고 말을 던졌다.
"이 책은 내가 가진 가치에 따라 내 삶에 어떤 사람을 들여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이야기해요. 그 시작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것.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나다움을 알아야 내 다음을 알잖아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구체화할 때 나로 사는 삶이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 소회에 대해 한 회원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각자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이야기해 보는 거 어때요?"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나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말을 고르게 된다. 순발력이 부족한 나 같은 사람은 늘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고 즉흥적으로 대답을 하고 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후회를 하곤 하니까. 어떻게 하면 내밀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을까. 내 책에 대한 소회에 따라온 질문이라는 생각에 내가 더 고민스러워져 한 마디를 보탰다.
"투사라고 있죠.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하는 방어기제잖아요. 이걸 역으로 이용하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알 수도 있어요. 가치는 참 광범위하니 이 책에서처럼 카테고리를 정해서 직업상황이라고 정해볼게요. 직업상황에서 참 꼴 보기 싫다고 여겨지는 타인의 행동을 떠올려보세요. 그 꼴 보기 싫다고 여겨진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나는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데 그걸 제대로 안 하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감정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해 보면 더 쉬울 것 같습니다."
회원분들은 한 명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가치? 하니까 막연했는데 꼴 보기 싫은 사람을 떠올리니 쉽게 생각이 났어요. 저는 일할 때 제 일에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꼴 보기 싫더라고요. 저는 책임감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저도 꼴 보기 싫은 사람을 떠올려보니 불성실한 사람이더라고요. 저는 성실함을 중요하게 여기나 봐요."
"저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를 볼 때 정말 꼴 보기 싫더라고요. 저는 배려와 존중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회원분들의 생각이 오고 가는 시간. 평소 수줍은 나의 생각도 질문이 될 수 있는 이 상황이 신기하기만 하다. 서로의 생각이 말이 되어 오고 가는 이 가을 오후의 시간,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보다 오고 가는 생각의 말들이 더 푸르르게 내 마음을 환기시킨다.
생각이 오고 가는 상냥한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이제 한 바퀴를 돌아 내 차례다. 어떤 가치를 말해야 할까, 좀 더 근사한 생각을 말해야 좀 더 있어 보이려나 싶다가 불쑥 튀어나온다.
"저는 사랑인 거 같아요. 요즘 결국은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도, 가족 간의 사랑도, 친구 간의 우정도, 반려동물에서 심지어 휴대폰에 대한 애착까지 광범위한 것 같아요. 저는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거든요. 살갑지도 못하고 연락도 잘 못해요. 다만 제가 관계하는 사람들에겐 다정한 사람이고 싶다는 욕심이 요즘 생깁니다. 어쩌면 제 인생의 과업이지 않을까 싶어요."
내 마음에 들어올 사람과 차단할 사람, 이미 내 마음에 들어왔지만 저 깊은 곳에 수납될 사람과 늘 보이는 곳에 진열해두고 싶은 사람은 하나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가. 내 마음에 들어올 사람과 이미 내 마음에 들어온 사람에게 내가 할 일은 하나. 내 시간을 쓰는 일. 다정하게 사랑하는 일.
살갑지도 못하고 웃기지도 못하고 화려하지도 못하고 세상 가장 반짝이는 걸 다 줄 수는 없지만, 줄 수 있는 거 하나는 있다. 온정이 담긴 다정함. 그리고 나는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내 다정함은 생각보다 가늘고 길게 따뜻할 것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