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카 Mar 02. 2024

생각없음

그렇게 소중했던 내 배우자가 더이상 그만큼의 존재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한 사람만의 잘못이 아니다.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물론 각자는 이기적이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느꼈던 장점이 단점으로 보일 때, 각자는 원하는 것을 채우는 데에 있어 한계가 있음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각자는 떠돌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남은 인생을 살면서 없으면 안될 것 같았던 배우자가, 이제는 없어도 살수있겠다며 좀 더 독립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생각의 기간.


사실 생각의 기간은 끝나가고 있다. 내가 남편에게 불만이 생겼다는 것은, 남편도 나에게 불만이 있다는 뜻이다. 감정은 쌍방교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더 잘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집에 오면 고생많았다고 우쭈쭈해주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라는 뉘양스를 풍기지 않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기로 했다.

웃긴 사실은, 나는 여태 배려를 너무 많이 해준 것에 대해 지쳐있었다. 내 가치를 인정하기로 했을 때, 나는 바뀌었다. 여태 내가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나, 우리는 팀이니까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멈추고, 내 자신은 현재 괜찮은가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감정이니까.

감정을 찬찬히 훑어본 결과, 나는 꽤 지쳐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남편에게 해주는 만큼의 사랑을 느끼고 싶었다. 물론 남편이 나를 많이 사랑하고, 나도 남편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 다만 머리로 아는 사실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 이성적인 두뇌를 사용하지 않고도 남편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사랑을 느끼기 위한 여정을 떠났지만, 나는 다시 사랑을 주는 입장이 되기로 했다. 지긋지긋한 수레바퀴는 언제쯤 멈출까. 나는 확실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최소한 내 결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