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햄버거

사랑은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by 제이앤


봄볕이 따뜻했던 오후, 햄버거 가게에 들어선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잠시 두리번거리시더니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천천히 주문하는 곳으로 다가가셨다. 늦은 점심을 가볍게 해결하고자 그곳에 앉아 있었던 아빠는, 시끄럽고 정신없는 햄버거 가게에 들어오신 할아버지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지팡이를 의지한 구부정한 자세의 할아버지는 다소 긴 줄을 묵묵히 기다리셨다. 드디어 주문하실 차례가 되었고, 계산원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 보였지만 그다지 소통이 잘 되지는 않는 눈치였다. 다른 직원이 와서 메뉴가 담긴 그림을 보여드리며 할아버지의 필요를 알아채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고 나서 꼬깃꼬깃 쌈짓돈을 꺼내 계산을 마치셨다.


할아버지는 친절한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아 기다리셨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손을 모으고 그저 앞만 바라보고 계시던 할아버지. 젊음의 소음이 가득한 이 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걸까 궁금했다. 어느새 할아버지에게 포장백이 건네 졌다. 보통 이런 곳에서는 손님을 부르는데, 할아버지 몸이 불편하신 걸 알고 직원이 갖다 준 것이다. 참 친절도 하여라. 건네진 포장백에는 짐작하건대, 5개 이상의 햄버거가 담긴 듯 보였다.


불현듯 아주 오래전 어린이 유승호가 출연한 영화 <집으로>가 생각났다.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다고 늙으신 할머니에게 고래고래 소리도 치고 손짓 발짓으로 설명했지만, 결국 눈앞에 놓인 닭은 물에 빠진 백숙이었던 바로 그 장면. 비록 아이가 원했던 후라이드 치킨은 아니었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뭉클한 대목이었다.



누군가를 위한 사랑이리라





한 손으로 햄버거 포장백을 꼭 움켜쥐고, 지팡이를 의지해 걸어가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면서 아빤 생각했다. 햄버거를 사기 위한 돈을 준비하고, 힘겨운 몸을 이끌고 소음으로 꽉 찬 가게에 들어와 젊은이들의 낯선 풍경들 속에서 주문하고, 기다리고....


삶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시간의 연속이라는 것을.


할아버지의 햄버거.

누구에게 주기 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위한 사랑임은 분명하리라.








* 자녀들의 성장에 '어떻게든' 함께 하고픈 아빠가, 일상 가운데서 길어 올린 단상을 가벼운 토막글로 엮어 전합니다.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아빠의 마음과 생각들이 때에 맞게 흘러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흘러가 닿아서 또 다른 생각을 듣고 배울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글 속 삽화는 아이들이 그립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과 그림이 시작된 배경이 좀 더 궁금하신 분은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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