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자고 있는 엄마와 너희들에게 들리지도 않을 인사를 하고 아빠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요즘 아빠의 출근길은 꽤나 특별한 시간이야.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는 이 시간 동안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지금처럼 글도 쓸 수 있거든.
무엇보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이 감사해. 두 다리로 매일 같은 이 길을, 비슷한 시간에 걸으며 어제와는 다른 바람과 해를 맞는 기분은 어제처럼 허락된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모두가 이런 날이 아닐 것이기에 하루에 대한 감사함을 아는 삶을 사는 나 스스로에게 고맙기도 해.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니 너희들도 이런 삶의 태도에 대한 부담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
시간을 허투루 써 봤기에 그 허무함과 시간의 가치를 알 수 있었고, 부모의 젊은 날 많은 상처의 원인제공자였기에 뼈저리게 효도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처럼, 너희들도 짧은 생각과 후회 가득한 행동들로 인해 더 여물고 단단해질 테니 말이야. 고심하고 준비해도 늘 부족한 시절이 젊음이었기에 그 특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 주저하며 놓치기보다 욕심내서 많은 것들을 겪어보는 푸른 날들이 함께하길 오늘의 출근길에 바라본다.
그럼에도 아빠가 앞으로 남기게 될, 꽤 오랜 시간의 기록들로 깨닫게 되는 바가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가능성 높은 후회의 시간들을 미리 방어해 두면 좋겠다는 거야. 이런 기록을 남기게 된 이유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보다(그렇다고 이런 맘이 없진 않다), 내가 했던 실수들을 너희들은 굳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거든. 그리고 어떤 행운의 조합들로 인해 그런 아픔의 시간들이 너희 둘을 비껴갈 수 있다면, 내 경험의 행적들을 통해 빛이 이끄는 방향으로 너희들이 천천히 걸어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 또한 하게 된다.
오늘의 출근길에서 너희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얘기는, 일상에서 바라는 좋은 것들이 쉼 없이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드는 태도는 '감사함'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 이 시간의 내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 출근길이라는 평범함에 대해 감사함을 갖는 것처럼 말이야. 아빠가 감사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했던 때가 2018년 여름 무렵이었는데 그 이후 나는 지금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90% 이상을 이루어낼 수 있었어.
사십 대 초반에 임원이 되어 경영진으로 일을 할 기회가 주어졌고, 이전에 비해 세 배가 넘는 연봉을 받고 있으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과천의 30평대 아파트를 청약당첨을 통해 소유하게 되었어. 아주 소소하지만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미국주식(ETF)도 지속적으로 우상향 하며 매년 25%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어. 무엇보다 지금도 계속해서 좋은 기회들이 찾아오고 있음과 더불어 귀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의미 있는 시간들을 함께하고 있어. 좋은 이들과 매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운인지 너희들도 이해하게 되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싶다.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5분 동안의 감사하는 습관으로부터 시작된 결과라고 믿고 있고 지금 우리의 평온하고 안락한 생활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
너희들의 일상에서 엄마에게, 선생님들께, 친구들에게 내 옆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 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 언젠가 내가 너희들에게 한 가지를 물려준다면 독서하는 습관일 테고, 두 가지라면 생각(상상)하는 습관을 더할 것이고, 세 가지라면 감사할 줄 아는 태도까지가 아닐까 싶어. 이 세 가지가 매일 함께 한다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해. 내가 그런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야.
꼭 어떤 결과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너희들의 삶은 감사하는 습관과 태도로 인해 정말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야.
오늘 너희들은 무엇에 감사하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