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회사를 떠나 나의 삶을 살고 싶다
마흔넷이 된 지금 젊은 시절 좀 더 빠르게 알았거나 시도했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해 가끔 생각한다.
오랜 시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삶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어려서부터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며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간주되는 이런 생활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임을 주입받는 환경에 있었다. 적지 않은 수준의 급여를 받게 될수록 나의 불안감은 커져갔고, 이런 삶 또한 언젠가 끝이 있을 건데 그 끝을 내가 정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주위의 많은 분들을 보며 깨닫게 되었어.
하고 싶은 것이 없던 것은 아닌데, 늘 지금의 안정된 생활보다 더 잘 해낼 자신이 없었고 그 이유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그러니까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생각으로만 그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만 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시도를 한 경우가 많지 않았어. 이제는 그런 시도들을 계속해서 해 나가고 있긴 한데, 내가 조금 더 이런 것들을 빨리 깨닫고 준비했었다면 나의 마흔넷은 지금과 어떤 것들이 달라졌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제 열 살, 여덟 살이 된 너희 둘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들을 두서없이 적어보자면:
1.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면, 언젠가 조직에서의 삶은 끝이 있기에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한다. 매우 빠른 시기부터. 가급적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일들이 경제적으로도 유익하고,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금상첨화겠다.
2. 저축만이 전부였다고 생각했던 은행원 시절에, 더 광범위한 투자 공부를 했었어야 했다. 이제 일 년 반 정도 되어가는 나의 투자가 스무 살 무렵 혹은 그 이전부터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돼.
3. 독서를 통한 빡센 공부를 일찌감치 시작하지 못함이 후회가 된다. 항상 책을 가까이하되, 가볍게 읽고 넘기는 것이 아닌 너희들만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남을 수 있는 독서를 즐겼으면 좋겠다.
4. 회사에서 만나 내가 챙겼던 많은 이들 중 지금까지 연락하는 이들은 손에 꼽는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되 관계 자체에 빠져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내가 가장 힘들 때 만나는 이들은 학창 시절을 함께 했던 한두 명으로 좁혀진다.
5. 가족과의 시간은 아무리 집착해도 지나치지 않다. 큰 테이블에서 우리 네 식구가 매일 책을 보고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장난을 치는 시간들이, 아빠에겐 가장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6. 자기 관리의 기본은 건강이다. 좋은 체력을 유지하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급감함을 느끼는데, 이유 없이 아프기도 하고 생각보다 회복이 더디기도 하다. 매일 10분이라도 운동을 하는 생활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이런 당부는 한 지점으로 향하게 되는데, 난 너희 들이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길 바란다. 물론 어느 시점까지는 매우 어려운 순간들을 마주하고 또 이겨내야겠지만, 그런 과정을 극복하고 너희들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타인의 꿈을 이루는 데에 쓰임을 당하기보다, 나의 삶을 꾸려가는 데에 적극적으로 스스로 인생을 던지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시도를 빠르게 해 나갔으면 좋겠고, 벌이는 좀 적더라도 온전히 나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너희 둘이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에는 너희들만의 영역이 잘 마련되어 있기를 바라고, 이 세상에 태어난 소명을 기쁘게 이행하는 삶이길 바란다.
조직에 의지하지 말고, 운에 기대지 말며, 그저 너희들의 바람과 생각이 미치고 본능이 이끄는 곳으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온전히 너희들만의 삶을 살아가길. 이 세상은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곳임을 한 순간도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