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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성이 커져간다는 것

by Johnstory

처음으로 둘째, 네가 다니는 시민회관 수영강습에 같이 가봤어.



옷을 벗고 바구니 안에 하나둘 깔끔하게 개어놓는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했다.

아빠가 되어 너에게 무언가를 알려줬던 기억이 많지 않은데 그에 비해 넌 충분히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거든.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는 너를 볼 때마다 뭉클해지는 건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언제 이렇게 큰 거지?' 하는 놀라움과 더불어 그 시간 속에 나는 어느 정도의 기억으로 너에게 남아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어.



오늘처럼 부쩍 자란 너의 모습은 대게 외부에서 생활하는 모습들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집에서 마주하는 너희들의 모습들이 내게는 전부였던 입장에선 그간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들의 흐름을 이런 때에 실감하곤 한다. 아빠가 신경 쓰지 못했던 많은 영역에서 고전했을 너희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그 결과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너희들의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너희의 자립성이 커질수록 내가 파고들 빈틈의 영역은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는 뜻이기에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은 피할 수가 없구나.



최근 회사에서의 여러 가지 일들로, 아빠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었는데 3월 들어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비하며 너희들과의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려 노력하고 있어. 너희들 입장에서는 이게 매우 당연한 일일 텐데, 아빠는 또 회사생활은 그렇지 않다는 변명을 준비하게 되네. 미안하다.


그래도 요즘 틈날 때마다 너희들과 밖에서 공도 차고 식사도 같이 하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너희들의 모습들이 눈에 많이 띄게 되는데, 부모로서 갖게 되는 걱정과 더불어 생각보다 알아서 잘 해내고 있구나 느껴지는 일들로 안도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너희들처럼 강단 있지 못했던 아빠로서는 많이 놀랍기도 한데, 이런 점은 엄마를 닮은 것 같아 걱정이 덜어지기도 해.




그저 오늘 하루, 또 그만큼 자라고 있는 너희들이 내겐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무한의 행복이란 사실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지금이 이 기록들 또한 너희들의 자립을 도와줄 아빠의 레거시가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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