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정리하며
퇴사를 결정했다.
생각보다 빠르고 간결했던 나의 결정은 11월 새벽의 찬바람과 함께 어제의 일이 되어간다. 이제 오늘을 살고 내일을 도모해야 하는 시기를 나야 한다. 이전과는 다르게 이러쿵저러쿵 조직과 함께했던 시간을 무의미로 변질시키는 술자리는 갖지 않는다. 오로지 오늘을 어떻게 보내며 내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이것저것 실행에 옮긴다.
2024년 초, 램군의 <아웃풋법칙>을 읽고 이를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브런치에 꼬박꼬박 글을 올리고 하루 30-40분간 달리기를 하며 다시금 하루의 루틴을 되찾자는 것이 올해 목표의 중심이었다. 벌써 11월 중순이 된 시점에서 나의 퇴사결정에 영향을 준 요인들과 결심의 배경에 대해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잡다한 이유들 또한 있겠지만 방향을 바꿀 정도의 생각 위주로 정리해 보자면:
1. 내 삶이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두려움
2. 죽음에 대한 고찰과 끝이 있을 나의 인생
3. 해보고 싶은 일들에 대한 엔트로피 증가
4.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 향상
쉽게 얘기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의 인생에서, 나의 호불호가 명확해졌고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 긍정의 에너지들이 축적되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나의 건강과 생각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신호를 차단해야겠다는 결심도 한몫했고.
꼭 나가야겠냐, 어디로 가는 거냐, 나도 데려가달라, 이제 뭐 할 거냐 묻는 이들도 많고 짬을 내어 다음 커리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는 요청 또한 이어지고 있다. 호기심인지 관심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시간 동안 조직과 사람을 아끼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한 마음이 이렇게 위로받는다. 어딜 가나 좋은 이들과 함께였다. 앞으로도 그러하겠으나, 인연의 끝은 알 수 없다. 잘 마무리해야 한다.
끝맺음은 또 다른 시작이기에 새로움을 위한 준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나를 더 가다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