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도 금요일을 기다린다.

고단한 백수의 평일을 아는가?

by 다올

불금, 불금이다!

나 같은 백수도 금요일을 기다린다.

맨날 노는데, 금요일이라고 뭐가 다르냐고?

다르고 말고. 백수도 나름 고된 평일을 보낸다. 주말은 주말 나름대로 집안일 스케줄이 있다.


이 백수는 고단한 여름을 나고 있다. 일단 10시쯤 눈을 뜬다. 핸드폰을 본다. 거의 매일 9시 55분 아니면 58분쯤이다. 백수에게 늦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기상'이라는 개념만 있을 뿐. 10시에 일어나든 오후 1시에 일어나든, 어찌 됐든간 일어나면 다행이다. 오전 11시 반쯤 아니면 오후 12시쯤 아침 메뉴로 구성된 점심을 먹는다. 백수가 아프기까지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녹즙을 마신다. 녹즙 한 병 비우고 백수가 변비에 걸리면 더 큰 민폐가 될 수 있기에 요거트를 하나 먹는다. 그리고 간편하면서도 영양학적으로 완전한 식품이기까지 한 훈제 계란을 하나 먹는다. 그리고도 배가 안차면 냉동식품을 하나 데워서 먹으면 백수의 브런치는 끝이 난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보며 잠시 멍을 때린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를 왔다 갔다 하며 남들이 사는 세상을 구경한다. 내가 세상 밖을 직접 휘젓고 다니지 않아도 이렇게 다양한 삶을 구경할 수 있구나 생각하며 새삼 감탄한다. 그러다 현타가 온다. 나는 지금 월세를 내면서 까지 이렇게 잉여롭게 무엇을 하고 있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나는 집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와 무엇이 다른가. 왜냐면 저녁에 나와 피를 나눈 혈육, 오빠가 퇴근하고 집에 오는데 마치 주인을 기다렸다는 듯 오빠를 맞이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왜인지 모르겠다. 암튼 그런 자책의 시간을 잠시 갖는다. 도저히 이렇게 있다가는 또다시 우울함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 같아 생각을 멈추고 청결을 위해 씻는다. 그러고는 정신을 리셋하기 위해 외출을 해본다. 딱히 갈 데도 없으니 동네 카페에 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이켜며, 나의 혈육, 오빠가 정말 얼떨결에 덜커덕 사버린 아이패드를 가지고 잡코리아니 사람인이니 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나의 자리는 이렇게나 없는가 하는 것을 느끼며 또 한 번 상념의 시간을 갖는다. 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얼음은 왜 이리 많으며 커피는 왜 이리 적은가를 한탄하며...

'이 일은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싶은 생각이 들어 잡플래닛에 들어가 그 회사를 검색하면 평점은 죄다 1점대 운 좋으면 2점대. 절망스럽다. 대한민국에는 도대체 사기 안치고 잡플래닛 3점대 넘는 회사가 몇 곳이나 되는 것일까. 어찌나 다들 악에 받쳐서 리뷰를 썼는지 구구절절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회사에 어떻게든 엿을 먹여보고 싶은 그들의 심정, 나는 안다. 누구보다 잘 안다. 나도 악에 받쳤지만 적당히 에둘러 리뷰를 쓴 적 있는데 그 회사가 쓰는 족족 다 지웠다. 열 받았지만 그보다도 귀찮아서 그만뒀다. 정말... 퇴사자들과 ex-회사와의 전쟁이다. 그거 지울 시간에 경영자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인성을 바로 잡을지 고민하면 좋겠다. 경영자들의 대부분의 문제는 경영능력이라기보다 인성이 영 아닌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은 밑에 직원들이 다 하는 거지 경영자는 인품만 좋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제발 그걸 아시길...


암튼 나의 평일은 이렇게 고단하게 지나간다. 무기력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오늘도 겨우겨우 무기력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구직활동을 하였다. 세상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에게 세상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그 괴로운 일을 잘 버텨냈다고 나 스스로를 칭찬해본다. 다음 주에도 이 쳇바퀴를 견뎌야 하니까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면 안 된다. 남매가 서로 수고했다며 짠 하고 마신 생맥주는 그 어떤 음료보다 시원하고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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