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의 경계
이불은
잠을 부른다
잠 속에서 아기가 태어나고
숱한 잠에서 인생이 깎기고
깎인 살을 덮으며 생이 끝나는 순간에는
영원한 잠의 여행이 시작될까
밤이면 죽음과 노는 꿈을 꾸면서
낯선 사람들과 울고 웃다가도
이불로 돌아와 깨어나는 하루
걷어찬 꿈에서 이불을 개고
갠 이불이 눌린 장에서
다시 당기고 싶은 잠
낮보다 달콤한 자극이
밀려와 부딪히는 해변에서
발을 씻고 모래를 털어내는 꿈보다
난파된 배를 보며
허우적거릴 때가 더 많은 잠의 유혹이
그립다고 할 순 없지
취한 잠을 밀어내며
이불을 안고 뒤척일 때가
그 아슬한 경계가
나를 선택하는 밤인 것을
밤을 밀어내는 이불 안이
끈적이게 사랑스러운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