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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얼 Dec 08. 2020

유쾌한 긍정의 메시지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1. 노인의 이미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수년 전에 이 제목의 책 광고를 신문지상에서 본 적이 있다. 당시 제목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졌었다. 무슨 가벼운 개그를 연상케 했다. 꾸부정한 노인네가 굼뜬 걸음으로 다가와 얼마 남지 않은 치아를 의지해 힘겹게 샛소리를 내면, 그 곁에서 딴청 부리는 젊은이가 엉뚱히 대꾸하며 은근한 면박을 주고받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언뜻 떠올랐던 것이다. 그건 상상 만으로도 불쾌한 것이었다.

  얼마 전 자동차 주행 중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소리에 피식 한숨 지은 적이 있다.
20대 초반의 아이돌 그룹이 초대손님으로 나와 노인 역할을 연기한답시고 잔뜩 혀 꼬부라진 소리를 주고받는데... 정작 그들이 흉내 내는 대상의 나이는 60대 초반이었다.
저들에게 비치는 60대의 모습이 그러할진대 100세 노인이라면 과연 어찌 보이려는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이미지였다. 노인을 에둘러 모욕하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가벼운 소설일 것이라 짐작하고 나 또한 가볍게 지나쳐버린 책이었다.
그런데~
지역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독서클럽에서 올해 처음 발제하는 책이 바로 그 책이었던 것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 노인!!


검색한 근처 도서관마다 대출 중이었다. 그건 인기 도서라는 반증이기도??
어렵게 남편의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총 500여 쪽의 두꺼운 책의 무게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아~ 며칠 안에 다 읽을 수 있을까? 매일 할 일이 쌓여있는데...'

  30분도 안 되어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인생철학이 지면 곳곳에 담겨 있었다.

"알란은 힘겹게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무릎의 통증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100세 노인이 된 주인공 알란이 양로원을 탈출해 새롭게 시작되는 모험과,
그와 맞물려 전개되는 그의 지나온 인생 여정에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유쾌한 긍정이 이제 곧 실버세대로 진입하게 되는 50대 후반의 한 독자를 단시간에 매료시켜버린 것이었다.
초반부터!
예상을 깨고!!


2. 스토리 전개

  이제 막 100세가 된 노인 알란이 양로원에서 도망쳐 나온 시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건을 조각조각 나누어 차례대로 전개시키는 가운데 어린 시절부터의 그의 일대기가 또한 순서대로 현재 이야기 사이사이에 차곡차곡 끼어든다.
그렇게 하나씩 톱니바퀴 맞추듯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알란의 캐릭터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한 세기를 통째로 섭렵하는 한 노인의 일대기가 세계 주요 시사 거리들과 재치 있게 어울려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은 주인공 알란을 통해  직설적으로, 때로 풍자적으로 인생을 그리면서 자신의 인생관과 철학을 드러내고 있다. 참고로 그는 나보다 2살 아래인 61년생이다.


3. 메시지 전달

  이 책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메시지 전달의 줄기는 만남과 관계이다.
독서클럽의 한 친구는 이 소설에서 동화 <브레멘 음악대>가 연상됐다고 했다.
맞다! 우연한 만남으로 맺어진 인연을 우호와 협동으로 이끌어가는 노인 알란!
그는 대원들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신속하고 능숙하게 처리하게끔 뒷받침해주었다. 그는 한 사람씩 그의 팀에 붙을 때마다 저들의 필요에 즉각적으로, 적절히 대응했다. 이것이 바로 중간중간에 퍼즐 맞추듯이 소개되는 그의 인생을 통해 얻어진 지혜였던 것이다. 백 년 묵은 알란의 두뇌에서 건져진 적재적 소한 아이디어와 위기 대처 능력!
이것이 바로 오랜 경험과 연륜을 갖춘 노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화된 순발력이 아니겠는가!
자신이 쌓아 올린 긴 인생의 빅데이터!
이를 바탕 삼아 그는 100세에도 여전히 팀의 총기 넘치는 리더로 살아갈 수 있었다.
당당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4. 끝

  100세 노인의 무한 긍정의 세계관이 초래하는 통쾌한 귀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내려간 범법행위들이 운명적인 정당방위로 지워져 버리는 그날도 ‘알란의 조직대’는 흩어지지 않았다. 트렁크에 여전히 남아있는 돈으로 비행기를 사고, 조종사를 사고, 여권을 얻고 비자를 받는다. 그리고 알란이 이전에 맺어놓은 인연 아만다가 기다리고 있는 휴양지 발리로 모두 함께 간다.
그곳에서 알란은 나이가 세 자릿수로 넘어갔음에도 한 80대 여인의 애인이자 반려자로 선택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다소 황당무계하고 억지스러운 결말이지만...
그러기에 소설 아닌가?
때론 유치한 코미디 같은 상상 속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치유를 경험하는 인간이다.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저 그 자체일 뿐이다. 그리고 처음에 돈가방을 들고 나타난 조직 <Never Again>처럼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100세 노인 알란의 이야기이다.

알란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를 흉내 내는 많은 인간들이 지금도 세계 구석구석에서 조직대를 세워가고 있는 상상을 해본다.
"당신에게 뭐가 필요한지 안다면  구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
소설 속 예쁜 언니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모두가 그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구하는 방법까지도 알게 되길! 그리하여 이웃과 더불어 아름다운 우호와 협동의 조직 대원이 되어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살아가길!

God Bless You!!


5. 첨부 - 중간중간 떠오르는 생각들 

* 새로운 일에 대한 결정은 의외로 아주 사소한, 유치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알란의 스페인행은 검둥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는 어릴 적 검둥이라고 놀림을 받았던 억울한 기억 속 의문을 풀고 싶었던 것이다. 알란은 이 스페인 여행을 통해 답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고 그 아픈 기억을 정리해버렸다. 이렇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떼어버리는 인생! 그것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94~97)

*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나와 함께 일할 사람을 채용할  선택 기준은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감정에 치우친 선택은 실패를 초래한다. (스페인의 사령관을 보고)

* 허심탄회한 대화는 상대방의 경계를 허물게 한다. 소박함과 진솔함이 운명적 만남을 이끄는 주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스페인의 프랑코 총통과 미국의 해리 트루만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 늦더라도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중국에서 스웨덴으로의 육로 대장정에서)

*  여정 길에서는 동행자가  필요하다. 위기에서 살아남을  있는 최선의 방편이다.

* 신앙인으로서 독선과 아집을 경계해야 한다. 자신과 주변을 파괴하는 망상에 빠질 수 있다.

* 내게 습관화된 무례한 행동이 없는가? 그 습관적 무례함이 스스로를 망치게 할 수 있다. 결국 자기 덫에 걸리게 된다. 남에게 무례한 자가 오히려 상대방의 무례함에 더욱 분노하는 아이러니!

* 누구나 자기 기분대로 행동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충분히 그러지 않을  있는데도 성질을 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어리석은 짓이다.

* 앞으로 일어날 일에 쓸데없는 기대도, 걱정도 하지 말라.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될 터, 미리부터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다.

* 자신의 비루한 인생에 대해 반복해 이야기하며 징징대지 말자. 나중엔 아무도 들어주지 않게 될 것이다.

* 진짜 바보는 똑똑한 척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자신의 결점과 실수를 인정하는 일에 서툰 사람은 뛰어난 자가 아니다.


( 2015. 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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