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결국
슬픈 세상 속, 우리의 이야기
삶은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채 계속됩니다.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슬픔이 우리를 덮쳐오기도 하고,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고난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말합니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세상은 변해야 하고 우리는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계속 말할 것이다. 위험에 처한 생명에 대해서.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세상의 모습에 대해서."
이 문장은 그저 막연한 희망이 아닙니다.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힘에 대한 믿음일 겁니다.
이러한 믿음의 근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일상의 작은 기적 속에서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인간의 지친 마음은 모든 것에 도움을 요청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돌고래 한 마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처럼,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한 마리, 담벼락의 잡초 한 송이, 마지막 잎새 한 장에도 우리는 기댈 곳을 찾습니다. 사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도움의 신호들. 그 신호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희망이라는 능력을 일깨웁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우리가 계속해서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속삭입니다. 아직 포기하지 말고, 이 순간을 인내하며 버텨보라고. 슬픈 세상의 거대한 그림자 속에서도 우리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자신만의 기쁜 말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기적
작가가 5년 동안 매일 반딧불이를 보는 사람에게 물었다는 이야기는 제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빛이라곤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반딧불이가 모여 촛불 하나를 밝히는 장관을 보았을 때, 우리는 어떤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매일 마주하는 사람에게 '매일 봐도 아름다우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나지막하지만 우아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스틸 뷰티풀(Still beautiful)
저는 이 짧은 문장 앞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가난과 어둠 속에서도, 매일 반복되는 평범함 속에서도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의 시선. '여전히 아름답다'는 그의 말은, 겉으로 드러나는 빛과 화려함이 아니라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굳건한 평화와 아름다움을 보았기에 나올 수 있는 고백이었을 것입니다.
이는 비단 반딧불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삶의 고통과 비참함 위로 반짝이는 보석처럼, 우리 각자의 내면에도 그 '여전히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존재함을 일깨워주는 말이었습니다. 정혜윤 PD는 이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분명 위안과 아름다움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우리가 서로 더 잘 듣고 더 잘 말하고 더 잘 알게 된다면, 우리는 모두가 함께 반딧불이가 되어 어둠을 밝히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아더 사이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현실이라는 검은 물살 위를 외롭게 표류합니다.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우리에게 정혜윤 PD는 '아더 사이드(Other side)'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과는 다른 현실의 측면을 보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야 비로소 지금과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겠지요. 이는 단순히 동경의 대상으로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를 벗어나 다른 이의 시선과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의 삶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길을 발견하라는 의미일 겁니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우리가 현실을 '변신의 장소'인 것처럼 살기를 희망합니다. 특별한 이야기의 힘을 믿고, 우리에게 마법 같은 힘이 있음을 믿고,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믿으면서. 이는 삶의 고통과 현실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고, 그 안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우리 각자에게 있음을 믿으라는 외침입니다. 현실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로 바뀔 수 있는 무대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저마다의 '기쁜 말'을 대본 삼아,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는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자의 귀로 듣겠다
결국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은 '이야기'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정혜윤 PD는 세상이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가장 좋은 이야기로 힘을 내고, 가장 좋은 이야기와 함께 삶의 압력에 맞서 싸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할까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요?
작가는 '당신이 당신의 가장 멋진 점을 표현할 단어를 찾아내면 정말 좋겠다'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비단 나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는 노력을 넘어, '우리의 좋은 결말을 위해서 어떤 단어가 필요한지' 찾아내는 공동체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찾는 '기쁜 말'은 그 단어 자체보다
그 단어를 찾아내는 과정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각자의 어둠을 뚫고 나온 고유한 기쁨에 대해 말하는 과정.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무게를 알아보고
서로를 지탱하며 함께 나아갈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 문제 많은 현실 속에서 '해결자의 목소리'가 되는 것.
우리가 가진 여러 모습 중 가장 좋은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일 것입니다.
이야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 문장으로 우리에게 바통을 넘깁니다.
"당신이 멈추지 않기 위해 필요로 했던 이야기도 들려달라. 두꺼운 고독을 뚫고 나오게 했던 존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달라. 당신의 고유한 기쁨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나는 살아 있는 자의 귀로 듣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