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1
너를 바라보는 내 눈은 슬픔에 잠기지만
너의 꽃은 웃고 있어
이름만 남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자꾸 탱자꽃 향기가 내 몸에서 뿜어져 나왔지*
나는 네가 마침내 쓴 봄이었고
너는 내가 마침내 쓴 밤이었지
2
손을 마주 잡고도 넘길 수 없는 이 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마침표를 찍었을 때
날아가 버린 너의 새들이
너의 곁으로 돌아와
말 없는 너의 말을 전해 주고 있어
3
더 작은 목소리
더 작은 목소리로 너의 말을 옮겨 적는 동안
가깝지만 아주 먼 곳으로
멀지만 아주 가까운 곳으로
너는 흘러가고 있어
달은 반음 낮아지고 있어
4
어느덧
가장 조용한 계절이 와서
모자 속에 말을 넣어 두고
입 꾹 다문 너의 구름들과 산책을 나서지
*송유미 「탱자의 편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