承. 눈칫밥 25년 차
1976년, 내 나이 17세...
돌도 씹고 무쇠도 녹일 소화력을 가진 한창 자랄 나이에 집을 떠나 도시에서의 유학 생활은 먹을 것이 항상 부족해서 고향 집을 더욱 그리게 했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조석으로 밥상을 차려주면서 부족하면 더 먹으라고는 하지만 끼니때마다 부족한 식사량이었다.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매번 밥을 더 달라고 할 수도 없어서 자취해서 밥이라도 실컷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났던 시절이었지.
그 당시 눈칫밥 아닌 눈칫밥을 성장기에 좀 더 마음 편하게, 실컷 먹었다면 지금보다 테니스를 더 잘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을 갖췄을지도 모를 일?
테니스 입문 후 25년이란 세월이 흘러갔지만 속절없이 지나갔던 시간에 비해 실력은 늘 제 자리라서 지금도 배움의 욕심은 청소년 시절의 식탐처럼 그리하지만 테니스의 각 동작들이 마구 먹어서 양이 차는 음식도 아니고, 이 운동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알아 갈수록 더욱 어렵고, 그에 따른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 또한 그 끝이 없어 보인다.
초보 시절에는 코치 선생님의 레슨이나 고수분의 살가운 조언으로 여러 동작들을 익히고 실전에 필요한 각 샷들을 응용도 해보고 연습을 반복한다.
팡팡팡~
파앙----------------!!!
어렵고 힘들게 배운 샷들에 대해 완성도를 높이고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끝없이 남아있다. 코트에서 경기에 임하면 편안하게 볼을 받는 연습 때와는 확연히 다른 볼의 감각을 본인이 느끼게 된다.
기초 실력을 어느 정도 익힌 후의 첫 게임은
이제껏 배운 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면서 네트 건너편의 상대와 승, 패를 놓고 겨루는, 드디어 코트에서 가슴 설렌 홀로서기의 시작으로 보면 되겠다.
서브나 리턴에서 시작하여 포, 백핸드 스트로크, 발리, 스매시, 로브, 등 득점 포인트를 얻기 위해 가지고 있는 기량에 나름의 전략과 전술을 가미하여 거듭되는 공수의 전환 속에서 홀로서 볼을 다루며 (복식인 경우에는 파트너와 함께) 게임을 풀어나가는 거다.
승, 패의 결과를 따지는 실전에서 단식이 아닌 복식인 경우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게임 스코어에 구애를 받아서 시도해보고 싶은 샷을 마음껏 구사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찬스 볼이 와서 어프로치샷을 길게 보낸 후 네트로 전진을 하면서 플레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혹여 발리 샷이 에러가 날까 봐 또 그 에러로 인하여 게임의 흐름이 바뀔까 걱정되어 엔드라인 지역에서 조심스럽게 그나마 익숙한 스트로크로만 하고 있고,
반면, 더러는 개념이 없어 그런지 아니면 성격인지는 모르겠지만 파트너를 의식하지도 않는 채 본인 방식대로 볼을 한껏 다룬다.
양자를 보면서 내린 결론은 샷을 구사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 요령껏 하란 얘기다.
가령 게임 스코어가 불리하면 전술을 달리 하여 만회하려고 애도 쓰고, 4대 1 리드에서 포리러브 정도면 에러 하나를 감안하고라도 과감한 네트 대시와 위닝 샷을 만들어서 승기도 굳히고 말이지.
나는 지금도 게임 시 어떤 샷을 구사할 때 여전히 조심스럽다. 파트너의 눈치 때문이라기보다는 게임의 정황을 살피거나 스코어 관리상 스스로 그렇게 된다.
치열한 공방 속에서 이렇게 볼을 아끼면서,
때로는 라켓을 힘차게 휘두르면서 눈치껏 샷을 만들어 가는 것도 타구의 조율 속 느껴지는 테니스의 묘미다.
이 묘미는 나의 구력 25년 이후로도 계속될 것이다.
201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