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부모님 밑에서 편하게 살았던 나는, 어디를 갔다 와도 픽업 와 주시는 것이 당연했고 혹여나 픽업 오지 못하시는 경우에는 크게 분개하곤 했다.
무거운 것을 들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가까운 거리도 춥거나 더우면 차로 다니는 게 편하니까. 남들이 누리고 사는 것들을 나도 누리는 거는 당연한 거니까. 따로 감사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 살이를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자세
해외에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는 특히나 더더욱.
한국에서는 한 번도 방문한 적 없었던 코인빨래방을 다녀온 적이 있다. 집에서 20분 정도 되는 거리를 무거운 이불을 끙끙거리면서 들고 빨래방에 오기까지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걸어서 다니는 것이 익숙해지고 불편함 무거움을 낑낑거리면서 다니는 것들에 오히려 건강함을 느끼고 있는 지금의 이 마음가짐은 절대 한 번에 생긴 것이 아니다. 평소 같으면, 특히 한국에 있을 때는 당연히 무거운 것들은 차로 실어서 옮기고 가까운 거리를 혹시나 걸어가게 되면 불평불만을 했던 내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부정적인 생각과 불평불만에 사로잡히면 어떤 상황이든 절대 행복할 수 없었을 텐데.
무거운 짐을 이고 빨래방에 가는 길에 나는
오- 프랑스 빨래방 관련해서 유튜브 콘텐츠 올리면 되겠다!! 아무래도 해외 빨래방 이용 방법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공복에 언덕을 올라가는 거니까 걷는 거더라도 충분히 공복유산소 운동이야!! 건강해지고 살도 빠지도 겨울이불 빨래도 할 수 있으니 이게 1석 3조가 아니고 뭐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놀랐다.
편하게 자국민으로 살 수 있었던 한국에서는 미처 갖지 않았던 긍정적인 낙천적인 사고들. 오히려 편했기에 편하지 않음이 너무 낯설었기에, 그 낯섦에 맞서 싸우지 않고 주저앉아 불평만 했음을 깨달았다. 해외 살이는 매일이 낯설고 새로운 것들과의 전쟁이다. 적응했다고 생각해도 또 다른 새로움이 찾아와 계속해서 인생 속 “나”라는 캐릭터를 진화시켜 나가는 느낌이랄까.
이제는 혼자 무거운 것들을 이고 걸어 다니는 것도, 예쁜 작은 가방보다는 실용적인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도, 꼭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구두를 포기하고 운동화를 고집하는 것도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맛있는 것들을 꼭 요리해서 건강한 재료들로 먹는 것도, 이제는 닭볶음탕마저 뚝딱 만들어 버리는 것도, 모두 언젠가는 부모님의 곁을 떠나 독립했어야 할
나의 능력을 계속 다그치며
발전해 나가는 과정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