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부. 선택과 집중

쉬운데 은근히 지키기 어려운

by 주인공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일들의 경중을 따지고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당장 필요하지 않은 부분들을 과감히 잘라내야 하는데 채우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은근 더 어려운 거 같네요. 선택과 집중은 어쩌면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집니다. 이것도 챙기고 저것도 챙기고 싶어서 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하나도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하는 것처럼, 때로는 욕심을 덜어내는 것이 필요할 지도요. 그런 의미에서 선택과 집중은 욕심을 덜어내고 마음을 비워나가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챙기려고 하다가 번 아웃으로 본인을 잃지 않으려면 적당히 비워낼 줄 아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근 번 아웃이 온 제 친구가 있습니다. 회사 일도 많고 새로 신입이 들어와서 가르쳐야 할 것들도 많은데 그동안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잘해줬던 남자친구마저 화나게 하고 결국은 잠수이별을 고했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것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친구에게 삶에 대한 혹은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 유독 크게 나타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친구는 자신의 시간을 관리한다는 명목 하여 시간을 엄청나게 쪼개서 일과 사랑 두 개의 토끼를 잡으려고 열심히 고군분투를 했고 그 사이 몸과 마음은 지쳐갔지만, 직장에서 받는 인정, 그리고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어느 하나도 잃지 않고 잘해왔습니다. 그러다 결국 열정을 쏟았던 일과 사랑, 두 개에서 배신감을 느끼고 쏟았던 에너지의 몇 배로 실망감이 몰려온 거죠.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 요즘 저는 이거 자체가 욕심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어쩔 수 없이 어디에 중요 점을 두냐에 따라 그 방향으로 시간 투자를 더 하기 마련이니깐요. 그러니 가령 24시간 일을 해야 될 수도 있는 사업 초기단계에 있는 사업가는 자신의 사업이 당연히 중요할 수밖에 없으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들처럼 연애를 하기가 쉽지는 않겠죠. 그걸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방법밖에는 없지 않을까요? 대신 다른 방면으로 또 채워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겠네요. 단순히 일과 연애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것에서도 하나를 택하면 하나는 버려야 합니다.






출국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저는 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될 지에 대해서도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가기 전까지도 일을 하여 조금 더 경제적인 안정을 구축해야 될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여유를 가져야 하는 것인지. 결국 저의 선택은 제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따른 것이겠지요.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을 합니다. 여러 가지의 고민들 중에서도 가장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해서 결과를 도출해 내지요. 꼭 가시적인 성과가 아니어도 말이에요. 나의 가치관이 엄청 확고하게 있다면 선택하기 쉽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여러 가지의 선택지들을 소거해 나가는, 덜 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생각보다 손에 쥐고 있기는 쉬운데 덜어내기는 어렵더라고요. 마치 필라테스를 할 때 원하는 근육에 힘을 주기 위해서는 다른 근육의 힘을 완전히 빼야 되는 데, 불필요하게 어깨와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처럼요. 필요한 부분에만 정확하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위에서는 비움 내려놓음 힘을 빼는 것이 필요한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비우는 것 또한 더 많은 것들을 그리고 있는 것들을 더욱 확실하게 쥐기 위한 과정입니다.



바구니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면 언젠가는 흘러넘쳐 안에 내용물들끼리 부딪혀 깨지고 말 테니깐요. 뭐가 되었든 적당히 비워내고 정말 중요한 것들로만 채우는 연습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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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맥락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요즘 바쁜 시간들을 쪼개서 모두를 만나려 하지 않습니다.

진짜 평생 갈 사람들이 아니면 시간을 길게 빼지 않는데요. 우정은 같이 있을 때 정말 직언을 해주는 동시에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길게 같이 있어도 마음이 편안하고 또 보고 싶어지는 그런 친구들이랑 하는 사랑의 또 다른 형태 같아요. 저는 제가 앞으로 평생 함께 같이 우정을 이어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선택하고 집중하기를 택했어요. 그들과는 1:1의 만남을 오히려 선호하는 제 나름의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거죠.


이상하게도 해외살이를 하다가 한국에 돌아오면 친구의 리스트가 확 갈립니다. 계속 연락을 하고 보고 싶은 사람 vs 아닌 사람. 간혹 가다가는 제 의지로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았는데도 제가 상대방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그 또한 서로의 우정의 깊이가 일방향이었던 거겠죠.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만의 선택과 집중을 하고 나의 사람들과의 시간을 한없이 소중히 생각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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