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7)

나라를 망하게 하는 저 원상들을 장차 어디에 쓸 것인가

by 두류산

7장


임사홍은 작심하고 경연에서 임금에게 아뢰었다.

"평창은 궁벽한 고을이라고 김순성이 회피하고 부임하지 않았으니, 법이 정한 기한에 의하여 다시 임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몇 달이 못 되어 다시 임용하였습니다. 이 일로 모두가 법을 믿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과인이 물어서 정승이 대답했는데, 대간들이 청하기를, ‘정승을 문책하라’고 하였다. 정승은 나와 더불어 다스리는 자이다. 정승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군신(君臣) 사이에 어찌 형통함이 있겠느냐?”


임사홍은 임금의 반응을 예상했었다.

"정승의 말이라도 어찌 모두 옳다고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까? 어제 전하께서 대간들에게 말하기를 사실이 아닌 것을 근거로 계속 말한다면 반드시 큰일이 생길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주상께서 비록 안색을 부드럽게 하여도 간(諫)하는 신하는 어려워서 제대로 말을 다할 수 없는데, 하물며 진노로써 위압하시면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신은 앞으로 대간들이 전하께 정당한 의논을 올리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임사홍은 임금의 표정을 살피며, 조금 더 밀어붙였다.

"대간은 할 말이 있으면 주상께 아뢸 뿐이옵니다. 어찌 미리 성상께서 들어주시거나 받아 주시지 않으실 것을 헤아리고 말하겠습니까? 청컨대 김순성을 임용하지 마시어 뒤에 오는 사람을 경계하소서.”


임금이 임사홍의 청을 거절하자, 사헌부 지평 채수가 나서서 김순성의 인사 청탁과 같은 문제 발생을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을 진언했다.

"주상께서 친히 정사를 결정하셔도 되지만,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먼저 원상에게 자문한 후에 결단하시므로, 원상은 인사에 대해 관계하지 않는 경우가 없습니다. 원상의 집에도 분경을 금하여 사사로이 윗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부탁하는 것을 금지하소서.”


채수는 이어서 아뢰었다.

“경국대전은 인사를 맡은 이조와 병조의 당상관, 그리고 이조와 병조를 담당하는 승지들, 사헌부와 사간원의 당상관, 노비 송사를 맡은 장례원의 당상관의 집에는 분경을 금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원상은 임시 직책이므로 규정에 들어가 있지 않으나, 원상의 인사에 대한 권력은 이조와 병조의 당상관에 비교도 할 수가 없이 큽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명하여 원상의 집에도 분경을 금하여 관리가 사사로이 원상을 만나 청탁하는 길을 근본적으로 막으소서.”


성종은 임사홍과 채수의 간언이 명분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임사홍과 채수는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한명회를 공격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성종은 김순성을 징계하거나 원상에게 면제해준 분경 금지를 다시 바꾸어 조정을 불안에 빠트리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한명회와 훈구대신에 대한 대한 신임을 거두면 조정을 이끄는 모든 훈구대신이 불안해할 것이었다.


한명회는 김순성의 일이 가라앉기는커녕 계속 번지자 좌불안석이었다.

“평양 서윤을 희망했을 때, 조금 더 기다리라고 했어야 했는데.....”

한명회는 일이 확대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임금에게 나아갔다.

"사헌부에서 신이 사사로이 김순성의 일을 아뢰었다고 하여 죄를 물을 것을 청하니,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김순성은 일찍이 신이 데리고 있었으므로, 그가 아내의 병 때문에 부임할 수 없음을 아는 까닭으로 아뢰었을 뿐입니다. 어찌 다른 뜻이 있겠습니까? 김순성은 아내의 병이 매우 심하므로 낫는 것을 기다렸다 가려고 함이었으며, 평창이 궁벽함을 피하고 꺼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상 한명회는 머리를 조아리며 말을 이었다.

“권세가 차고 넘치면 어려움이 많다고 옛사람들도 근심하였고, 주공(周公)은 성인(聖人)인데도 참소당하고 비방당하는 것을 면하지 못하였습니다. 더구나 신은 부덕한 데다 오래 병권을 맡아 총애를 받으니 언젠가 이런 일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사헌부에서 청함이 이와 같으니, 신이 무슨 얼굴로 자리를 보존하겠습니까? 청컨대 겸임하고 있는 병조판서의 직책을 면해 주시어 여러 사람의 참소와 비방을 막게 하소서.”


한명회가 물러난 후 정희대비는 사헌부를 강하게 책망하였다.

"사헌부의 잘못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실상이 없는 일을 가지고 대신에게 죄를 물을 것을 청하였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잘못입니다. 주상이 반복하여 깨우쳐 주었으나 저들이 계속 고집하였습니다. 그것이 두 번째 잘못입니다.”


대왕대비의 요청으로 임금은 한명회를 처음 탄핵한 이맹현을 불러 물었다.

"김순성이 정승에게 청탁하는 것을 누가 보고 들었느냐?”

"신(臣)들은 보고 들은 바가 없습니다. 다만 김순성이 만약 청탁하지 않았다면 정승이 어떻게 그의 아내가 병이 든 것을 알겠습니까? 신은 이로써 김순성이 청탁하였음을 알았습니다. 정승이 사사로운 일을 가지고 간여함도 또한 대신의 체모가 아니니, 국문하게 하소서.”

"보거나 들은 바도 없이 대간이 대신의 죄를 청하면 되겠느냐? 누가 먼저 정승의 죄를 국문하라고 청하였느냐?”


이맹현은 섭정을 하는 정희대비의 노한 눈길을 느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헌부에서 사건을 만나면 반드시 함께 의논하므로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임금이 재차 따져 물었다

"먼저 발언한 자는 누구냐?”

"같이 의논할 때에 누가 먼저 말하였는지 알지 못하오니, 신은 물러가 물어서 아뢰겠습니다.”

“그렇게 하라!”

이맹현은 임금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대답에 당황하였다.


사헌부에 돌아와 이맹현은 임금의 요구를 전했다. 모두가 긴장하며 웅성거렸다. 임사홍이 대사헌에게 말했다.

“상당군이 병조판서를 사직한다고 하니, 주상과 대왕대비가 사헌부를 책망하며 상당군의 체면을 살리는 것 같습니다.”

권감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찍이, 일이 이렇게 될 줄 염려하지 않은 바가 아니건만......”

권감은 사헌부 관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사헌부의 장(長)이니, 사헌부에게 미치는 책임은 내가 먼저 져야 할 것이야.”


다음날 대사헌 권감은 사헌부 관리들을 대동하고 임금에게 와서 아뢰었다.

"한명회의 죄를 물어야 한다고 한 것은 신이 먼저 발언하였습니다.”

임사홍이 바로 나서서 임금에게 아뢰었다.

"비록 권감이 먼저 발언하였다 하더라도 본부가 합의하여 아뢴 것이고, 또한 군주의 과실은 말하는 자가 많으나, 재상의 잘못을 말하는 자가 적은 실정을 살피소서. 만약 먼저 발언한 자를 물으시면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해로운 까닭으로 조종조(祖宗朝)에서는 모두 묻지 않았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임금이 대왕대비의 얼굴을 살피니, 눈빛에 노기가 서려있었다.

“더구나 전하, 상당군은....”

임사홍이 다시 무슨 말로 간하려 하자 성종은 손을 내저어 막고는 모두 물러가게 하였다.

사헌부 관리들이 물러나자 정희대비가 분을 내며 말했다.

“주상이 먼저 발언한 자를 물었는데 사헌부에서는 장(長)을 내세우며 발언자를 감싸고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또 조종(祖宗)의 고사(故事)를 들어 임금이 묻는 것을 그르다고만 하니, 세조 대왕 때는 볼 수 없었던 일입니다.”


임금은 대비의 말을 듣고 원상들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김국광은 한명회를 한 번 살핀 후, 임금에게 아뢰었다.

"대간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큰일에 관계되면 말하는 것이 옳지만, 작은 일을 가지고 정승을 벌하라고 한다면, 정승들이 어찌 안심하고 일을 보겠습니까?”

“무릇 정승이 말하였다고 죄를 묻는다면, 과인이 깊은 궁궐에 있으면서 어떻게 사정을 들을 수 있겠소? 상당군 탄핵에 대해 먼저 발언한 자를 좌천함이 어떻겠소?”

"진실로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사헌부에서 아뢴 것은 그릇되었습니다. 조종(祖宗) 이래로 대간의 말이 맞지 않으면, 반드시 발언한 자를 물어 죄를 물었습니다.”


대왕대비도 원상의 말을 거들었다.

“실로 발언한 자의 죄를 묻고자 하였는데, 사헌부는 대사헌을 앞세우고 발언자를 알려주지도 않았소.”

성종은 원상들과 대비의 뜻에 따라 결단을 내렸다.

"대사헌과 함께 사헌부의 관리들을 모두 좌천하여 자리를 옮기게 하라.”


이날의 일을 지켜보던 사관은 원상들이 어린 임금을 잘못 보필한다고 신랄하게 비난하였다.

‘성상께서 어린 나이로 즉위하시어, 한명회가 대간에게 탄핵되자, 먼저 발언한 자를 좌천하고자 하는 것은 원로대신을 중하게 여기는 뜻이었다. 하지만 김국광과 원상들은 신하가 임금에게 의견을 올릴 수 있는 길인 언로(言路)에 해로움이 있을까 염려된다고 답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조종(祖宗)의 고사로써 대간을 벌주자고 하였으니,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예전에 이런 일로 대간을 벌주는 일이 있었더라도 이것이 어찌 본받고 따라야 할 일이겠는가? 사신(史臣)은 김국광과 원상들이 성상의 뜻에 맞추어 총애를 굳게 하려는 계교인지, 아니면 자신 또한 대간에게 공박당할 것을 알고 미리 예방하려는 입장에서인지 알지 못하지만, 이는 말 한마디로 거의 나라를 망하게 함이 아니겠는가? 장차 저 원상들을 어디에 쓰랴?’


당시의 원상들에 대한 사관을 포함한 조정의 젊은 관리들의 시각을 읽을 수 있는 혹독한 논평이었다.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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