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가 수레에 도전하다 (6)

유자광은 한명회의 죄를 밝히고 엄벌에 처하라는 상소를 올렸다

by 두류산

6장


유자광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지필묵을 찾았다. 손을 빨리 움직여 먹을 갈고 벼루에 먹물을 모았다. 유자광은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을 정리한 후에 붓을 들어 한명회의 죄를 묻고 벌주기를 청하는 상소를 써 내려갔다.

"신(臣)이 듣건대, 농담으로 하는 말도 생각한 데에서 나온다고 하니, 말을 통해 마음에 있는 바를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한명회가 대왕대비에게 아뢰기를, ‘지금 만약 주상에게 정사를 돌려준다면 이는 국가와 신민(臣民)을 버리게 되는 것이고, 대궐 안에서 술을 마시더라도 마음이 편안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였습니다. 또 ‘노산군이 나이가 어린데도 도와서 보호하는 사람이 없었던 까닭으로 간사한 신하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가 있었고, 지금 중궁(中宮, 왕비의 높임말)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전하에게 정사를 돌려주는 것은 진실로 옳지 못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한명회는 감히 전하를 노산군에 견주는 것입니까? 중궁이 정해지지 않아서 정사를 돌려주지 못한다니, 전하께서는 중궁의 도움이 있어야 만기(萬機, 여러 가지 정사)를 결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신(臣)은 이 말을 듣고서는 분함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유자광은 먹물을 가득 찍어 힘 있게 붓을 놀렸다.

“한명회의 죄를 다스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한명회가 대왕대비에게 이런 말이 아니더라도 어찌 다르게 말할 수가 없었겠습니까? 전하의 춘추(春秋, 나이의 높임말)가 한창이시고 학문이 이미 뛰어나시어 대왕대비께서 전하에게 정사를 돌려주었으면, 한명회는 마땅히 백관을 거느리고 조정에 나아가 축하의 예를 올려야 했습니다. 이런 일은 하지 않고 도리에 어긋나고 무례한 말로써 대비께 아뢰는 것은 무슨 이유이겠습니까? 이것은 한명회가 마음속에서 전하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이 말하는 사이에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그 죄를 다스리지 않을 수 없는 첫째 이유입니다.”

유자광은 붓끝에 힘을 모았다.

“도성과 멀리 떨어진 시골에 있어서 전하의 춘추(春秋)가 한창이시고 학문이 높은 것을 잘 모르는 신민(臣民)은 이러한 한명회의 말만 듣는다면 전하께서 능히 만기(萬機)를 친히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들것입니다. 이것이 그 죄를 다스리지 않을 수 없는 둘째 이유입니다.”


유자광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붓을 들었다.

“한명회에 대한 탄핵 상소가 빗발치는 와중에 대신들과 관리들은 한명회를 위로하고자 그의 집에 구름같이 몰려갔습니다. 한명회는 당연히 문을 닫고 빈객을 사절하고 엎드려 자숙하며 처벌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명회는 방문객을 접대하면서 술을 마시며 말하고 웃기를 평소와 다름이 없이 하여, 처벌을 기다리며 근심과 두려움을 갖는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것이 그 죄를 다스리지 않을 수가 없는 셋째 이유입니다.”


유자광은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가 붓을 놓고 눈을 감았다. 지난번 조회 때 한명회의 오만한 모습이 떠올라 분노가 끓어올랐다.

“지난날 조회에는 신(臣)도 참여했는데, 마침 대사간 정괄이 이조의 낭청이 집사를 스스로 차지했으니, 품계를 올리는 것이 적당하지 못하다고 아뢰었습니다. 전하께서 정승들을 돌아보고 의견을 물었는데, 한명회가 집사가 모자라서 부득이 자신들을 임명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 지록위마(指鹿爲馬)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가 공공연히 주상을 눈앞에서 속이고서도 아랫사람에게 칭송을 바라는 것이 이와 같습니다.”


유자광은 그 당시를 생각하니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때는 신(臣)이 한명회를 전하의 앞에서 감히 책망하지 못했지만, 물러나와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대단히 상하고 분하여 며칠 동안 음식이 목구멍에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백관이 많으므로 집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텐데, 하물며 한명회는 정승인데도 이를 알지 못하겠습니까?”


유자광은 문득 노회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한명회의 모습이 떠올라 진저리를 쳤다. 유자광은 붓을 먹물에 적시어 붓 끝에 적당히 먹물을 머금게 하고, 임금에게 직접 아뢰듯이 간곡하게 글을 써 내려갔다.

“한명회는 비록 왕후의 부친이지만, 법이란 것은 천하 만세(萬世)의 법이니 어찌 천하의 공법(公法)을 굽혀서 죄인에게 사사로운 정을 보일 수가 있겠습니까? 신(臣)은 천하의 법이 한 번 흔들리게 되면 인심이 흔들리게 되고, 인심이 흔들리게 되면 조정이 흔들리게 되고, 조정이 흔들리게 되면 모든 것이 흔들리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장차 무엇으로써 지킬 수 있는 법이 되겠으며, 장차 어떠한 나라가 되겠습니까?”


유자광의 붓끝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어리석은 신(臣)은 미천한 몸으로 세조대왕의 은혜로 허통이 되어 당상관이 되었고 예종대왕의 은혜로 일등공신이 되었으므로, 해야 할 말을 마땅히 말함으로써 나라와 전하에게 보답하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정승을 탄핵하는 일이고, 또 대간도 아니기에 머뭇거렸으나, 스스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감히 죽음을 무릅쓰고 조금도 피하거나 숨기지 않고 제 뜻을 우러러 아뢰는 바입니다.”


승지 임사홍은 유자광이 올린 상소를 살펴보고 탄복했다. 임사홍은 곧바로 유자광의 상소를 받쳐 들고 임금에게 나아왔다.

“무령군이 상당군을 탄핵하는 상소입니다.”

“대간들도 상당군에 대한 공격을 멈춘 지 오래되었는데 탄핵 상소라......”


성종은 유자광의 상소에 흥미를 가지고 펼쳐보았다.

“한명회가 우매해서 전하를 노산군에 비유하였겠습니까? 늙고 어리석어서 이런 말을 하였겠습니까? 병들고 미쳐서 이런 말을 하였겠습니까? 한명회가 우매하지도 않고 광망(狂妄) 하지도 않고 늙고 어리석지도 않다는 것은 전하께서 아시는 바인데, 어찌 이토록 도리에 어긋난단 말입니까?”


성종은 유자광의 글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명회가 과인을 죽은 노산군에 비유했단 말인가? 노산군은 열두 살에 왕이 되었고, 과인은 스무 살의 성인이 아닌가.’

임금은 다시 상소에 눈길을 주었다.

“대간들은 한명회의 죄를 다스리라고 말하지만 힘껏 말하지 못하고, 조정의 신하들은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신(臣)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이는 한명회가 권세의 지위에 오랫동안 있게 되어 그의 추천을 받아 나온 이가 많아졌으므로, 그 위세에 사람들이 겁을 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데도 한명회를 사사로운 정으로 다스리지 않는다면 천 년 후의 사람들은 전하를 어떤 군주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성종은 상소를 다 읽고 상소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거침없이 자극하는 유자광의 글에 가슴이 뛰었다. 상소를 들고, 몇 구절을 다시 찾아 읽어 보았다. 임금은 마음을 추스르고, 임사홍에게 상소를 내려주며 말했다.

“무령군의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구나.”

임사홍은 상소를 공손히 받아 들며 말했다.

“일찍이 세조대왕께서도 유자광의 상소를 읽고 칭찬하며 허통의 은혜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유자광의 청을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지나간 일을 어찌 다시 논하겠는가?"

성종은 임사홍이 어전에서 물러나간 지 한참이 지났어도 유자광의 상소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유자광의 상소 내용이 알려지자, 사헌부와 사간원의 젊은 대간들은 술렁거렸다.

“대간들이 상당군의 죄를 다스리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상당군의 위세에 겁을 내어 힘껏 말하지 않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상당군이 주상을 감히 노산군에 견주었다는데 과연 사실일까요?”

“상당군은 탄핵을 당하면 스스로 삼가고 조심해야 하는데, 방문객에게 술대접을 하면서 웃고 떠들기를 평소와 다름없이 하다니요?”


대사간 정괄은 유자광의 상소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무령군은 주상께서 진정한 친정(親政)을 이루고 왕권을 강화하려면 살아있는 권력인 상당군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괄은 이러한 움직임이 정국을 불안하게 할 것이라 생각했다.

‘만에 하나 상당군이 내쳐지게 된다면, 모든 훈구대신들이 상당군의 운명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를 포함해서......’


대사간 정괄은 대사헌을 찾아, 유자광의 상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의논했다.

“젊은 대간들의 동요가 심합니다. 양사(兩司)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습니까? 벌써 대간들은 나서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윤계겸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시기가 아니오. 나라가 외교적으로 중요한 상황에 처해 있소. 곧 중국 사신이 도착할 텐데 정승을 탄핵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더구나 유자광의 상소를 그대로 믿을 수도 없습니다.”


대사간이 말했다.

“그래서 제가 찾아와 상의를 드리는 것입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유자광의 말만 믿고 재상에게 죄를 묻기를 청하면 양사(兩司) 관리들은 모두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도 사헌부 관리들을 이런 이유를 들어 다독일 터이니, 영감도 사간원을 단속해서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합시다.”





(일러스트 출처)

https://www.segye.com/newsView/2015090200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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