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344번.
차오위는 중국의 헨리크 입센이라고 불리우는 작가입니다. 1925년 전후 어느 무더운 여름날, 광산 경영주 조우푸위안의 집안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입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과 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당시 봉건 사회가 품고 있던 모습들이 쏟아지는 뇌우처럼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달아갑니다. 1950년 유치진 연출본은 원작에서 상당 부분을 덜어 내고 각색되었으나, 치정극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우판이보다 루스핑의 비중을 강화해 작품의 품위를 유지해냈다고 합니다.
<< 루다하이의 말 >> - 탄광 노동자로 자본가의 수탈과 억압을 경험한 후 운동가가 됩니다. 경영주인 조우푸위안이 친아버지인 줄 모른 채 파업을 주도하고 노동자 대표로 싸우러 갑니다.
* 너 이런 굉장한 저택에 혹하지 마. 모두 그 음침한 탄광에서 파묻혀 죽어 간 노동자들 피 값으로 산 거야!
* 당신은 고의로 인부 2200명을 익사시키고, 한 목숨당 300원씩 빼먹었어! 그래, 당신이 모은 건 집안의 씨를 말릴 부정한 재산이야!
* 당신같이 돈 있는 사람들 세계를 더 많이 접할수록 걔의 근심만 커지지. 당신네 자동차, 당신네 댄스 그리고 여유로운 생활이 그 애의 눈을 미혹해서, 벌써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 잊어버리게 됐다고. (···) 그 앤 가난뱅이의 자식이니, 아마 어떤 노동자의 마누라가 되겠지. 빨래하고, 밥 짓고, 연탄재 치우고, 뭐 학교 가서 공부를 해? 부잣집에 시집가서 마님이 돼? 그런 건 다 대갓집 규수들이나 꾸는 꿈이지! 우리 가난뱅이들은 생각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일이야.
* 귀한 광산 사장님 댁 도련님께서 노동자 동생, 일하는 아줌마의 가난한 딸을 사랑한다면 누가 그걸 믿겠어?
<< 조우푸위안의 말 >> - 광산의 대표로 위선적인 악덕 자본가, 봉건적인 가장의 표본입니다. 자신이 버렸던 루스핑을 그리워하지만, 정작 탄광 노동자 루다하이가 아들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 요즘 젊은 애들이란. 노동자와 대화를 나눠?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은 동정 몇 마디 해 주는 게 아주 유행인 모양이군! (···) 네가 사회가 어떤 건 알기나 해?
* 봐요, 이 가구들. 전부 당신이 예전에 좋아하던 물건들이잖소. 그 기나긴 세월 동안 늘 그대로 두었던 건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소. 당신 생일인 4월 18일도 난 해마다 잊지 않았소. 모든 면에서 당신을 정식으로 조우 집안에 시집왔던 사람으로 생각했고, 심지어 당신이 핑을 낳을 때 병을 얻어서 늘 창문을 닫아 놓던 습관까지 그대로 지키고 있었소. 당신을 잊지 않으려고 말이오.
* 운명이란······ 참 이상한 거야. 나도 오늘 갑자기 깨달았다. 사람 사는 게 너무······ 너무나 쉽지 않구나. 정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니.
<< 조우판이의 말 >> - 전처의 아들인 조우핑과 부적절한 관계에 빠진 후, 벗어나고자 하는 그에게 집착하게 됩니다. 유혹, 두려움, 억눌림, 집착과 광기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 네가 가장 미안해 해야 할 사람은 나라고. 네가 예전에 유혹했던 이 새 엄마!
* 넌 이 젊은 여자가 낳은 아이지. (···) 네 아버진 나한테 잘못했어. 같은 방법으로 날 너희 집에 데려왔고, 난 도망도 못 가고 충을 낳았지. 십 년간 방금 전과 같은 무시무시한 핍박으로 난 서서히 돌같이 굳어 버려서 죽은 사람이 됐어. 그러다 네가 갑자기 시골에서 올라와서, 날 어머니면서 어머니 같지도 않고 정부면서 정부 같지도 않은 길로 이끌었어. 네가 날 유혹했잖아!
* 모든 걸 깨끗이 불살라 버리고 싶어. 다시 얼음 구덩이에 빠져서 얼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 일생 한번 뜨겁게 불살라 봤으면 좋겠어. 내 과거는 끝났어. 희망도 죽어 버렸고.
<< 루스핑의 말 >> -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고통 속에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삶을 개척해 낸 여인으로 조우핑과 루다하이의 생모입니다. 과거에 자신이 낳았던 아들이 자신의 딸과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들에게 멀리 떠나라고 말하지만, 결국 딸이 감전사를 당하고 맙니다.
* 당신은 이미 자신이 한 짓을 잊었는지도 모르죠! 삼십 년 전 섣달 그믐날 밤, 둘째 아들을 낳은 지 겨우 사흘 만에 당신은 그 돈 많은 집안 규수와의 결혼을 서두르느라, 큰 눈이 쏟아지는데도 날 내쫒았죠. 내가 조우씨 집을 떠나도록 쫒아냈어요. (···) 평생 당신을 볼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내 자식이 다시 이 집으로 들어와서 내가 당신 집에서 하던 일을 하고 있다니! 내가 당신을 모셨는데, 내 자식이 또다시 당신 자식을 모시다니.
* 사람 마음이란 믿을 수가 없는 거야. 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너무 나약해서 쉽게 변한다는 거지.
* 쟤들은 순결한 아이들이에요. 복을 누리며 잘 살아야 해요. 이 업보는 제가 지은 것이니, 저 혼자 고통받는 걸로 족해요. 저렇게 행복한데 어떻게 죄인 줄 알겠어요? 쟤들은 젊어요. 저희들이 알고 지은 죄가 아니잖아요? 오늘 저녁 저 아이들을 함께 보내겠어요. (···) 너희들 지금 떠나려거든 주위 사람들 모르게 어둠 속에서 떠나거라. (···) 너희 이번에 떠나면 멀리 갈수록 좋다. 뒤돌아보지 마. 오늘 떠나면 생사 불문하고 앞으로 영원히 날 보려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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