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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연 Jun 18. 2024

내 주홍글자는 남몰래 불타고 있소 - <주홍 글자>

책속 글귀로 고전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159번.







  

    17세기 청교도 사회에서는 간음을 범한 사람은 'Adultery'의 머리글자인 'A'자를,  술주정뱅이에게는  'Drunkard'의 머리글자인 'D'자를 평생 동안 달고 다니게 했다고 합니다.  작품 속에서 치욕의 징표인 헤스터 프린의  'A'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Able,  Angel등으로 그 의미가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의 죄악이 결국 더 큰 구원을 이루어 낸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 작가의 시선 >> - 너새니얼 호손은 헤스터 프린과 딤스데일 목사를 통해,  '죄는 그것을 저지른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죄가 될 수도 있고, 죄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여자는 두 팔에 태어난 지 세 달밖에 되지 않은 젖먹이를 안고 있었는데,  (···)그녀의 웃옷 가슴에는 화려한 주홍빛 헝겊에 금실로 꼼꼼하게 수를 놓아 환상적으로 멋을 부린  'A' 자가 보였다.  그 글자는 아주 예술적으로 만든 데다가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공상을 맘껏 발휘한 것으로,  그녀가 입고 있는 옷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식적 효과를 내고 있었다.










*  헤스터 프린이 감옥에서 나올때보다도 더 귀부인답게 보인 적은 일찍이 없었다.  (···)여자의 모습을 전혀 달라 보이게 한 것은,  그토록 환상적으로 수놓아 가슴에 장식한 '주홍 글자'였다.  (···)그 글자는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 그녀를 떼어 내어 그녀만의 세계 속에 가두어 두는 마력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  그년 바느질 솜씨 하난 끝내주는구먼."  아낙네 구경꾼 가운데 하나가 말했다.  (···)가장 나이 어린 여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여자 귀에 들리지 않게 하라고요!  저 글자를 한 바늘 한 바늘 수놓을 때마다 저 여자의 가슴을 쿡쿡 찌르지 않았던 바늘이 하나도 없었을 거예요."


  *  헤스터의 바느질 옷은 점차, 아니 제법 빠르게 유행이라고 할 만한 것이 되었다.  (···)그녀가 놓은 자수는 총독의 주름깃 위에도 볼 수 있었다.  군인들은 어깨에 매는 전대에, 목사들은 가슴에 매는 띠에 달았다.  갓난아이의 조그마한 모자를 장식하기도 했으며, 시체와 함께 관 속에 들어가 곰팡이를 피우며 썩어 없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신부의 순결한 수줍음을 가려 줄 하얀 면사포에 수를 놓아 달라고 그녀의 정교한 솜씨를 요구해 왔다는 기록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  자신의 옷은 가장 투박한 천에 가장 어두운 빛깔을 띠고 있었다.  장식품이라고는 오직 하나,  그 주홍 글자였는데,  그녀는 그것을 언제나 운명처럼 몸에 지니고 다녔다.  


  *  헤스터는 세상의 인간사와는 떨어져 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곳과 가까운 옆에서 살고 있었다. (···)헤스터가 선심을 베풀려고 찾아낸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들을 도우려고 뻗친 손길을 도리어 번번이 욕지거리로 갚았다. 


  *  펄이 태어나서 제일 먼저 의식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헤스터의 가슴에 달린 주홍 글자였던 것이다!  어느 날 어머니가 요람 위로 허리를 굽히자 갓난아이의 두 눈이 주홍 글자 둘레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금실 자수에 쏠리면서 불쑥 조그마한 손을 뻗쳐 주홍 글자를 붙잡았다.  (···)헤스터 프린은 숨을 헐떡거리며 그 치명적인 징표를 움켜 쥐고 본능적으로 떼어 버리려고 했다. 










*  목사는 죄책감을 밝힘으로써 자신을 속이려고 했지만 도리어 또 다른 죄와 자기 스스로 인정한 치욕을 얻었을 뿐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일시적인 안도감도 맛보지 못했다.  정말로 거짓 없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으면서도 그 진실을 도리어 이를 데 없는 거짓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었다.  


  *  목사는 어디든지 자기를 뒤따라 다니는  '회개'의 충돌에 쫓기다 못해 이곳까지 이끌려 왔지만, 서둘러 막 고백하려는 순간  '회개'의 누이동생이자 친한 친구인  '비겁'이 언제나 그를 떨리는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그래서 이렇듯 헛된 속죄의 흉내를 내며 처형대 위에 서 있는 동안 딤스데일 목사는 마치 온 우주가 그의 벌거숭이 가슴쪽 심장 바로 위의 주홍빛 징표를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한 듯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  늙은 교회지기는 험상궂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목사님은 간밤에 나타났다는 그 전조인가 뭔가 하는 얘기를 들어 보셨습니까?  하늘에 나타났다는 큼직한 주홍 글자,  그  'A'자 말입지요.  저희들은 그 글자가  '천사angel'를 뜻하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요."









*  사나운 전염병이 마을에 퍼졌을 때에도 헤스터처럼 발 벗고 나서서 헌신적으로 애쓴 사람도 없었다.  (···)사회 일반의 재난이건 개인적인 재난이건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언제나 세상에서 버림닫은 그녀는 재빨리 자신이 일할 자리를 찾았다.  (···)그곳에서 그 수놓은 글자는 이 지상의 것 같지 않은 빛으로 위로를 주며 빛을 발했다.  다른 데에서는 죄악의 징표에 지나지 않는 주홍 글자가 병실에서는 방 안을 환히 밝혀 주는 촛불이었다. 


  *  펄은 마지막 장난을 온갖 해초를 모아 스카프니 외투니 머리 장식물 따위를 만들어 마치 인어처럼 몸치장을 했다.  (···)인어 옷의 마지막 장식으로  (···)제 가슴에 가능한 한 멋지게 흉내 내었다.  그것은 한 글자였는데  -- 그  'A' 자 말이다. --   (···)"엄마,  이 주홍 글자는 무슨 뜻이 있는 거야?  그리고 엄마는 왜 그걸 가슴에 달고 있어?  그리고 목사님은 왜 언제나 가슴에 한 손을 얹고 있는 거야?"


  *  청중의 영혼을 드높이 치솟게 했던 목사의 설교가 마침내 끝이 났다.  (···)그가 걸어가는 발걸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아직도 그의 기억에 생생한, 비바람으로 거무스름해진 처형대 맞은편에 이르렀다. (···)목사는 처형대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두 팔을 벌렸다.  "헤스터, 이리 와요!"  그가 말했다.  "내 사랑스러운 펄도 이리 온!"   두 모녀를 바라보는 목사의 시선은 끔찍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어딘지 이상한 승리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  주홍 글자에 관한 이야기는 점차 하나의 전설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마력은 아직도 힘을 떨쳤고 가엾은 목사가 숨을 거둔 처형대는 헤스터 프린이 살고 있던 해변의 오두막집과 마찬가지로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어느 날  오후 이 오두막집 가까이서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회색 옷을 입은 키가 큰 여자 하나가 그 집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 몇 해 동안 이 오두막집 문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그 여자는 문지방에서 걸음을 멈추고 나서 반쯤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러나 가슴 위에 달고 있는 주홍 글자를 보일 만큼의 긴 시간이었지만 그녀가 망설인 것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헤스터 프린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 오랫동안 버려 두었던 치욕을 다시 되찿았다!  


  *  여러 해가 지난 뒤,  (···)오래되어 움푹 가라앉은 헌 무덤 옆에 무덤 하나가 생겼다.  그 무덤은 움푹 가라앉은 헌 무덤에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고이 잠든 두 사람의 유해가 서로 합쳐질 권리가 없다는 듯 두 무덤이 서로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비석 하나가 두 무덤을 대신하고 있었다.  (···)초라한 석판 한 장으로 된 이 비석 위에는  (···)그 제명이 너무 어둠침침했고, 오직 그늘보다도 더 어두운 끊임없이 불타는 한 점 빛 때문에 조금 부드럽게 보일 따름이었다.  "검은 바탕에 주홍 글자  'A'"










<< 딤스데일 목사의 말 >> - 명망 높은 목사이지만, 헤스터와의 간음으로 인해 가책과 고뇌로 세월을 보냅니다.  자신의 죄를 차마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혀 쇠약해져갑니다 


  *  나같이 타락한 영혼이 남의 영혼을 구제하는 일에 무슨 도움이 되겠소?  더럽혀진 영혼이 그들의 영혼을 정화시키는데 말이오?  그들은 나를 존경한다지만 차라리 비웃고 미워해 줬으면 좋겠소!   (···)난 벌써 신성을 가장하는 목사의 옷을 훌훌 벗어던져 버리고 최후 심판의 자리에 나설 때와 같은 모습을 온 세상 사람 앞에 벌써 드러냈어야 했소.  헤스터, 차라리 버젓이 가슴에 주홍 글자를 달고 있는 당신이 행복한 거요!  내 주홍 글자는 가슴속에서 남몰래 불타고 있소!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요.  


  *  이제 하나님께서 내 눈앞에 나타내신 뜻을 순종하게 해 주오.  헤스터, 나는 이제 곧 죽을 사람이오.  그러니 속히 내게 스스로 수치를 받게 해 주구려.










*  보십시오.  헤스터가 달고 있는 주홍 글자를!  여러분은 모두 그것을 보고 몸서리치셨지요!   (···)그 징표는 이 사내에게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그것을 교묘하게 감추고 죄 많은 세상에서 저만이 그토록 순결하여 마음이 괴롭다는 듯, 그리고 천국의 형제들이 그리워 마음이 슬프다는 듯 여러분 사이를 걸어 다녔지요!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지금 그 사내는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그는 여러분께 다시 한 번 헤스터의 주홍 글자를 바라보라고 부탁 드리고 있습니다!  그 여자의 주홍 글자는 신비롭고 무섭지만 사실 그것은 이 사내가 가슴에 지닌 낙인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으며,  그 자신의 붉은 낙인인 이것조차 깊은 가슴속을 불태워 온 징표에 지나지 않지요.


  *  우리는 율법을 어겼소!  그 죄는 이처럼 무섭게 드러났소!  











<< 헤스터 프린의 말 >> - 위엄과 용기, 정열과 사랑을 지닌 인물입니다. 사랑 없이 결혼했던 남편이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지자,  청교도 마을의 목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로 인해  감옥에도 갔다 오고, 간통을 상징하는 징표인 'A'를 평생 달고 다녀야 하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  그건 너무나 깊이 낙인이 찍혀 있어요.  그래서 떼어 버릴 수가 없지요.  바라건대, 저 자신의 괴로움은 물론이고  그분의 괴로움까지도 제가 짊어지고 싶어요!   (···)이 아이에게는 하늘의 아버지를 찿게 해 주겠어요.  지상의 아버지를 결코 가르쳐 주지 않겠다고요!


  *  하나님은 당신이 제게서 빼앗아 간 것들을 보상해 주시려고 이 아이를 주신 겁니다.  이 아이는 제 행복이에요!  그 못지않게 제 괴로움이기도 하고요!   제가 이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건 바로 이 펄 때문이에요!  펄은 제게 벌도 준다고요!  모르시겠어요?  이 아이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제 죄에 대해 몇 백만 배 처벌하는 힘을 갖고 있는 주홍 글자라는 것을.  


  *  아직도 당신의 앞길에는 시련과 성공이 넘쳐 나요.  행복을 누리실 수도 있어요!  남에게 선행도 베푸실 수도 있고요!  (···)설교를 하세요!  글을 쓰세요!  행동하세요!  이 곳에 쓰러져 그냥 죽는 일 말고 무엇이든지 하시라고요!  









 << 로저 칠링워스의 말 >> - 헤스터의 전 남편으로 지적이지만 계산적입니다. 아내의 간통 상대인 목사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신분을 감추고 병약한 목사 곁에 머물며 복수의 기회를 노립니다. 


  *  불굴의 정신으로 가차 없이 비밀을 밝히려고 몸을 바치는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는 바깥의 세계에서건 어느 정도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에서건,  숨길 수 있는 것이란 별로 없는 법이오.  (···)그자는 당신처럼 옷에다 치욕의 글자를 수놓아 가지고 다니진 않겠지.  하지만 나는 그자의 가슴속에 씌어 있는 글자를 알아볼 수 있을 거요. 


  *  이 풀들이 그 죽은 사람을 기념하는 구실을 맡고 있는 격이지요. 아마 시체의 심장에서 돋아나 시체와 함께 묻힌 무서운 비밀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건지도 모르고요.  (···)제 생각으로는 선생님이 운운하는 그 끔찍스러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마음은 최후의 날이 오면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마음으로 그 비밀을 모두 털어놓겠지요. 


  *  난 당신을 주홍 글자에 맡겼소.  















                                                           <페이지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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