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글귀로 명작 맛보기 - 세계문학전집 268번.
행복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검은 튤립은 아름다움과 전복(顚覆)을 상징하고, 소설 속 주인공이 불행을 이겨 내고 다시 되찿은 행복은 '성숙한 행복'을 의미합니다. "알렉상드르 뒤마는 사람의 영혼을 파고들어 거기에 씨를 뿌린다" 빅토르 위고의 말입니다.
<< 작가의 시선 >> - 좋은 부모와 충분한 재산을 지닌 코르넬리우스 판 바에를르는 행복하게 살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취미로 튤립을 재배합니다. 10만 플로린의 상금이 걸린 검은 튤립 만들기에 매진해 튤립을 피워 낼 소구근을 얻게 되지만, 라이벌인 복스텔에 의해 감옥에 갇히고 맙니다. 그러나 감옥안에서도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검은 튤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 현실 속에서 살고자 한다면 마시고 먹고 써라. 온종일 실험실 또는 가게의 나무 걸상이나 가죽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 또한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 자연이 선물해 준 완벽한 지성을 투자한 이래 판 바에를르는 가장 아름다운 튤립을 길러내는 데 성공했다. (···)복스텔은 홀란트의 유명 튤립 재배자 명단에서 영원히 사라졌고, 도르드레흐트의 튤립 재배는 바야흐로 겸손하고 유순한 학자 코르넬리우스 판 바에를르에 의해 대변되었다.
* 유럽의 모든 튤립 재배자들로부터 사랑받는 판 바에를르는 자기에게 왕관을 빼앗긴 불행한 인간이 바로 옆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실험과 성공을 이어 나갔고, 불과 이 년 만에 그의 화단은 경이로운 피조물들로 가득 찼다.
* 한번 인간의 영혼을 사로잡은 악은 빠른 성장을 보이기 마련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스텔은 (···)라이벌의 걸작이 무척 궁금했다. 그는 망원경을 하나 샀고, 그 덕분에 꽃의 일생을 마치 주인처럼 관찰할 수 있었다.
* 바에를르의 화단을 바라보며 튤립들의 아름다움에 눈멀고 완벽함에 숨 막혀했던가! 억누를 수 없는 경탄의 시기가 지나자, 그는 질시의 열병을 앓았다. (···)복스텔은 밤중에 정원으로 뛰어내려 화초를 짓밟고 구근을 물어뜯고, 만약 주인이 튤립을 지키려고 할 경우 홧김에 그를 죽여 버리고픈 유혹을 느꼈던가. 그러나 진정한 튤립 재배자에게 한 뿌리의 튤립을 죽이는 것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범죄였다!
* 복스텔은 기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열다섯 혹은 스무 뿌리의 튤립이 찢기고 구명이 난 채 일부는 허리가 부러지고 일부는 완전히 으깨어져 창백한 낯으로 흙 위에 누워 있었다. (···)판 바에를르는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을 통탄했다.
* 검은 튤립을 자신의 명석하고 창의력 풍부한 머리에 새겨 넣은 판 바에를르는 천천히 파종을 하고, 또 그때까지 재배한 튤립들을 붉은색에서 갈색으로, 갈색에서 다시 짙은 갈색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들을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그는 완벽한 흑갈색의 튤립을 얻었다.
* "나는 위대한 검은 튤립을 발견해 낼 거야." 하고 코르넬리우스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10만 플로린의 상금을 받아낼 거야. 그리고 그것을 도르드레흐트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테야. (···)그러나 슬프게도 그것을 더 이상 꿈꾸어서는 안 돼. 화승총, 깃발, 북, 구호들이 요즘의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
* 복스텔은 검은 튤립을 향한 판 바에를르의 연구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 구근을 훔칠 것이다. 검은 튤립은 코르넬리우스의 집이 아니라 그의 집에서 피어날 것이다. 코르넬리우스 대신 그가 10만 플로린의 상금을 받을 것이다.
* "튤립이 개화하고, 꽃이 검은빛이라는 것, 완벽하게 검은빛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한숨을 쉬며 코르넬리우스는 말을 이었다. (···)"협회장이 보기 전에는 아무에게도 튤립을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다는 거요. 검은 튤립을. 오 하느님, 검은 튤립을 누군가 보면 훔치려 할 거요!"
* "훔쳐 갔어! 나에게서 훔쳐 갔어!" 그동안 복스텔은 로자가 열어 놓은 성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검은 튤립을 망코로 감싼 그는 고르쿰에서 이륜마차에 몸을 실었다. (···)그는 천천히 갔다. 검은 튤립과 함께 마구 달릴 수는 없는 법이다.
* 검은 튤립을 되찾았다는 생각에 기쁨과 염려로 거의 미칠 것 같은 로자는 (···)중얼거렸다. "나는 커다란 실수를 했어. 어쩌면 나는 코르넬리우스와 튤립과 나 자신을 이미 잃어버린 것인지도 몰라······! (···)그것이 내 튤립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지?"
* 죽음의 불안으로 속이 메슥거리는 코르넬리우스가 말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자식, 꽃, 책 가운데 아무것에도 이름을 주지 못한 것 말이야. 사람들에 따르면 지상에서 영혼을 소유하고 육체를 사용한 사람들 가운데 얼마간 부지런한 이에게 신은 그 세 가지 중 적어도 하나는 준다고 하지."
* 평화롭고 향기로운 행렬 한가운데로 검은 튤립이 보였다. (···)좌대 위에 높이 앉은 오만한 튤립은 이제 군중을 굽어보는 것 같았다.
* 코르넬리우스는 절망적인 어조로 계속했다. (···)"검은 튤립을 발견하고, 잠깐 들여다보고, 그것이 완벽하며 예술과 자연의 걸작이라는 것을 확인한 직후에 잃어버리는 것,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이 어떤 건지 아세요?"
* 검은 튤립에 점점 가까워지는 그의 시선은 꽃을 삼킬 것만 같았다. 그는 마침내 보았다. 전대미문의 더위, 추위, 어둠, 빛의 조합으로부터 어느 날 나타났다가 영원히 사라져야 하는 운명을 지닌 유일한 꽃을! (···)그는 그것의 완벽함과 우아함을 음미했다.
* 판 바에를르는 로자에게, 그리고 튤립에게 충실했다. 평생토록 그는 아내의 행복과 꽃 재배에 열중했다. (···)그는 문 위에 그로티우스가 도망치던 날 감옥의 벽 위에 새긴 다음의 구절을 썼다. --너무나 고통 받은 나머지 이렇게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노라. 나는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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