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정해놓은 의식에 희생되어 버리는 두 남자와, 그들과 동행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구원은 자살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선택한 두 사람과 달리 주인공은 살아남게 되죠. 이야기는 주인공의 30대 -20대 - 40대의 순서로 전개되며, 과거나 현재, 미래는 분리되는 않는 하나임을 표현해 줍니다. 작가 세스 노터봄은 작품 속에서 "한국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는 말로 몇몇 사람들에 의해 38선으로 분단되었고…. " 등 짧지만 세 번이나 한국을 언급합니다.
<< 인니 빈트롭의 시선 >> - 주인공입니다. 아내와 헤어지고 자살에 실패합니다. 그림수집과 주식투자로 부유하게 살며 여자들과 하룻밤을 보내지만, 삶의 공허함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그러던 중 서로 정반대의 성향으로 독특한 타츠 부자(父子)를 만나게 됩니다.
* 그것은 카오스였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카오스였다.
* 기억이란 눕고 싶은 곳에 누워 버리는 개와 같다.
*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을 위해 신은 그들 주변에 공허와 공포와 벌로 가득 찬 우주를 갖고 있다고 인니는 생각했다.
* 생각, 생각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는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을 많이 읽은 것뿐만 아니었다. 그가 본 것들, 영화, 그림은 그의 감정 속에서 변형되곤 했다. 즉시 단어로 표현될 수 없는 감정, 감각, 인상, 관찰에서 우러나오는 수많은 무형의 것, 그것이 그의 사유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그 무형의 것을 단어로 감쌌지만 표현되지 않는 것이 언제나 더 많았다.
존재하고 있었다 -의식-
* 누구든 스스로 무엇을 행하지 않더라도, 그의 인생은 그의 삶 속에 등장한 인간과 사물들에 의해 결정된다. 이어서 그것들의 존재는 일련의 지루한 사건을 야기시키며, 우리는 이 사건들을 뒤에 질질 끌고 다녀야 한다.
*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났던 것들이다. 우리는 이미 한 번 일어났던 일을 새롭게 갈망할 따름이다.
* 인니는 죽은 비둘기를 보았다. 비둘기 그림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비둘기는 그렇지 못하다.
* 그 잔은 거기에 서 있었다. 그리고 존재하고 있었다. (중략) 그 잔은 문자 그대로 수이 게네리스(독특한 것)였다. 즉 자기 자신을 스스로 창조해 냈다. 그리고 자신을 압도했고 또 잔을 관람하는 사람들까지 압도했다.
* 마흔이 넘은 인니는 더 이상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일본어도 배우지 않을 게 확실했다. 그 확실함에 인니는 문득 슬퍼졌다. 이제 인생의 유한함이 분명해지기 시작했고 그 유한함 때문에 죽음이 가시화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옳지 않은 말이었다. 옛날에는 모든 것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았다. 인간은 본의 아니게 결정지어져야 하는 존재다.
* 사람들은 홀로 살았다. 그리고 저녁이면 절망에 찬 채 손님들로 꽉 찬 오래된 술집으로 함께 몰려들었다. (중략) 인니는 여전히 혼자 살았고, 여행도 많이 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지만 가끔은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평상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두 개의 분명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의식-
* 이 세상은 수천 년부터 존재해 왔다.
* 방 한복판에 산산이 부서진 수백개의 조각들만 널려 있었다. 깨진 조각들은 온 힘을 다해 깨부순 라쿠 잔이 분명했다. 누르스름한 광택이 나는 다다미 위에 널브러진 깨진 조각들은 마치 흘러내려 말라 버린 핏덩어리처럼 보였다.
* 그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빠졌다. 두 명의 타츠 때문에, 자신의 길을 가는 운명 때문에, 잃어버린 세월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세상 때문에.
* 두 개의 분명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하나는 두 명의 타츠가 머물렀던 세계, 또 하나는 그들이 머물지 않았던 세계였다. 다행히도 인니는 아직도 후자의 세계에 존재하고 있었다.
<< 아르놀트 타츠의 말>> - 주인공 고모의 옛 연인입니다. 불안감을 통제하기 위해 시간을 십 분, 삼십 분, 십오 분 단위로 쪼개가며 시간의 노예로 살아갑니다. 하나뿐인 아들과도 만나지 않고 <혼자>살아갑니다. 그리고 눈 내린 산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믿고 소통했던 애견과 함께 죽음을 맞이합니다.
* 나는 처음으로 세상에서 혼자였다네. 그러나 나는 세상을 그리워하지 않아. (중략) 나는 세상에 홀로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네. 아무도 그런 부탁을 하지는 않지.
* 아무도 혼자 있지를 못해. 그리고 아무도 혼자 있길 원하지 않아. 그들은 겨울과 고독을 단호하게 배척하지.
아무도 혼자 있길 원하지 않아 -의식-
* 언젠가 당신과 저, 당신의 손과 그 접시, 이 와인 병, 나머지 세상은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죽음까지도 없어질 것이며 모든 인간의 죽음, 죽음과 함께 모든 인간의 기억도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존재한 적이 없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 필립 타츠의 말 >> - 아르놀트 타츠의 아들입니다. 요가, 다도와 같은 명상을 통해 도(道)의 경지에 다다르려 노력합니다. 거금을 주고 골동품 찻잔을 사지만 주인공에게 차를 대접한 후 모두 깨뜨려 버리고, 스스로 물에 빠져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 자네는 선별이란 걸 몰라. 품격이 없어. (중략)무얼 알아야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거네. 선별할 줄 모르는 사람은 수렁에 빠져 죽는 거야.
* 세상으로부터의 구원은 생각보다 훨씬 쉬워. 그렇게 어렵지 않지. 그 다음은 나 자신으로부터야. 인생은 나를 괴롭히는 거지. 괴로울 필요가 없는 거야.
* 우리가 말하는 '시간'이란 여기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해. 만물제동(萬物齊同). 만물은 동일한 것이지.
* 신은 단어에 불과해. … 선악, 생사, 애증, 미추 등 대립하는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하나이자 같은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