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09 / 빠세나다를 찾아라

by BO

처마 밑으로 햇살이 기분 좋게 들어오고 있었고 이따금 불어오는 살랑 바람도 기분을 상쾌하게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평화로웠을 아침이 누군가에게는 많은 고뇌가 깃들었을 아침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침이었을 것이다. 평화로운 정적을 깨고 누군가 맨발로 급히 달려와 울며 소리쳤다.

“멀리 못 갔을 거에요! 제발 제 딸 빠세나다를 찾아주세요!”

빠세나다는 뒷집에 사는 9살짜리 여자아이인데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몰려오던 졸음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얼른 몸을 일으켜 신발에 발을 쑤셔 넣고 대문을 박차고 나가 거친 포장도로를 달렸다. 동네를 넘어 꽤 먼 곳까지 쉬지 않고 달리며 목이 터져라 빠세나다를 찾았지만 돌아오는 건 사람들의 시선뿐이었다. 웬 이방 남자가 목이 터져라 누군가를 찾으며 뛰는데 눈이 가는 것이 당연했다. 작은 시장을 지나며 상인들의 시선을 느꼈고, 좁은 골목길을 달리면서도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그렇게 한참을 뛰다 보니 어느새 발에는 거뭇한 자국이 가득했고, 목은 쉬었으며,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쌩쌩 달리며 겁을 주듯 크락션을 울려대는 차들을 보니 그제야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낯선 곳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허리를 숙여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땀이 뺨을 타고 흘러 뚝뚝 떨어졌다. 헐떡거리는 숨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 혹시 다른 누군가가 빠세나다를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왔던 길을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한참을 달려 숙소에 도착해보니 빠세나다가 마당 한쪽 구석에 잔뜩 주눅 들어 고개를 푹 숙인 채 괜히 늘어난 옷 끝자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마음이 찢어졌을 어른들에게 꾸중을 들은듯했다. 나는 빠세나다를 힐긋 보고는 곧 방으로 가 아껴뒀던 빵 하나를 집어 들어 아무 말 없이 빠세나다에게 건넸다. 빠세나다는 땀에 흥건히 젖은 나를 빤히 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빵을 받아 갔다.


빠세나다는 나와 마당 하나를 사이에 둔 아주 허름한 고모 집에 얹혀살고 있다.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고, 너무 가난하니까 친구들이 놀리고 놀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가난에 지쳐서 편지를 남기고 가출하려고 했던 것이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음양이 동시에 에너지를 뿜어내며, 장단점이 공존한다. 걸림돌은 곧 디딤돌이며,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나를 떠나는 모든 것들은 내게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주고, 나를 화나게 하는 모든 것들은 용서와 연민에 대해 가르쳐주며, 내가 두려워하는 모든 것들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주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은 내려놓는 법을 가르쳐준다.

가난도 마찬가지다. 가난은 불행이 될 수도 있고 축복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선택이며, 그 선택에는 결과와 책임이 따른다. 가난은 축복이다. 가난하면 많은 것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것은 할 수 없고, 하기 싫은 것은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강한 절제력이 만들어진다. 또한 가난은 오히려 원동력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도 하며, 겸손을 몰고 와 사람으로 하여금 즉흥적인 말과 행동대신 사고할 수 있게 하고 묻게 하고 듣게 한다. 이는 본질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이어진다.

연 매출 5조엔 이상을 달성한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로부터 세 가지 큰 은혜를 받았다. 가난한 것, 허약한 것, 못 배운 것. 가난은 부지런함을, 허약함은 건강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함은 배움의 절실함을 일깨워주었다.'

keyword
이전 03화02. 19 / 아일랜드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