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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Oct 18. 2024

응답하라 1985

6. 청계천

입학 후 하숙집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려고 마음먹었다.

부모님께 부탁해서 돈까지 받았다.

어느 일요일 오후 나는 룸메이트와 청계천으로 나섰다.

적당한 가격의 카세트 플레이어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청계천 전자상가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전자상가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도 궁금중에 고개를 내밀어 보니 야바위꾼이었다.

속임수로 속이고 돈을 갈취하는 그런 야비한 사기꾼이었다.

순진 무구했던 나는 쉽게 찾을 수 있는 해답을 다른 사람들이 다 틀리는 걸 보고 호기로움으로 한번 해보기로 했다.


두 번을 시도했는데 두 번 다 나의 선택이 틀렸다.

카세트를 사려고 준비했던 돈의 절반을 야바위꾼에게 헌납했다. 나는 룸메이트의 권유로 집으로 돌아가려고 마음먹었는데 옆에 있는 다른 바람잡이가 한번 더 해서 본전을 찾으라며 나를 유혹했다.

결과는 뻔했다. 나는 카세트 사려고 가져온 돈을 거의 다 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경찰에 신고라도 해볼까 생각했지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벌써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내가 참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상이 참 무서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 나는 싼 카세트 플레이어 하나를 샀다. 어쨌든 부모님과의 약속은 지킨 셈이었다.

나는 그 카세트 플레이어로 밤이나 낮이나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노래를 들었다.

그 당시 즐겨 듣던 노래는 배따라기의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였다.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이 슬며시 떠오른다.


* 사진 : 청계천 전자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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