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9 - 항암 7차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by 잠어

항암 7차, TC3차 주사를 맞았다.


이번 주사를 앞두고는 유난히 걱정이 많았다.

저번 항암 이후, 갑작스러운 호흡곤란과 가슴 답답함이 무서웠다. 자꾸만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주치의 선생님도 이번에는 꽤나 고민을 하셨다.

항암제 양을 줄일지, 부작용 방지제를 더 추가할지...

"다음 항암이 마지막이니, 그대로 가보죠."

나도 무섭고 걱정스러웠지만 선생님께서 덧붙이신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됐다.

"주사를 맞다가 부작용 증상이 나타나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바로 조치해주실 수 있으니, 믿고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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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브레이커가 질려서 먹어본 새콤달콤과 이번에도 함께해 준 생수 1통.


나는 평소 단 걸 좋아하지 않아 젤리류나 사탕류는 입에도 대지 않는데,

항암주사를 맞을 때는 입안에 약 냄새가 날까 봐 향이 강한 간식류를 꼭 하나씩 챙긴다.


항암주사를 하고 24시간이 지나 방금 롤론 티스를 자가주사하였다.

호중구 촉진제로서 나의 면역력을 유지시켜 주는 아주 고마운 주사다.

그래서인지, 항암 전 하는 혈액검사에서 5000 미만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어느덧, 다음 항암이 마지막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는 채로 벌써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난다.

머리는 조금씩 자라서 솜털이 잔디인형처럼 자랐고, 그만큼 빠지고 있다.

그래도 자란다는 희망이 보여서 기쁘다.


또,

나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혈관이 무척 건강하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혈관을 찾기 어려워서 주삿바늘을 5번도 꽂았었는데,

운동을 5년 이상하다 보니 남자 팔뚝처럼 가만히 있으면 혈관이 불뚝불뚝 솟고 툭 튀어나와

간호사 선생님들께

"굉장히 바늘 꽂고 싶은 혈관이네요"

라는 칭찬 아닌 칭찬도 들어보았다.

내 혈관이 조금만 더 버텨주면 좋겠다.


아직은 부작용이 없음.

이제 곧 나타나겠지...


이 모든 건 끝을 향해 가는 긴 여정 중 하나라고 믿는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마지막항암이 다가왔다.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견딘다.


나는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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