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루카 죽고 나서 주차장 화단 나무 아래 묻어줬잖아~ 그럼 땅 속 벌레들이 루카를 조금씩 조금씩 떼어먹고 똥을 누면 루카는 흙이 되는 거거든."
"그럼 흙이 나무가 되는 거야?"
"음~~ 음~~ 흙 속에 영양분을 나무가 먹고 자라는 거지."
"아~~"
저녁 식사 후 써니와 나는 한 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의 대화는 이상하리 만큼 길었고 오래 남는다. 죽음에 대한 진지하고 긴 대화.
마치 비닐봉투에 물을 담아 들어 올린 듯 써니와 나는 해먹 가운데로 몰렸다. 양 옆을 압박하는 해먹은 어릴적 좁은 다락방의 아늑함 이상이다.
약 3미터 간격을 두고 서 있는 두 나무. 그 사이에 걸린 해먹에 써니와 나는 나란히 누웠다. 마치 비닐봉투에 물을 담아 들어 올린 듯 써니와 나는 가운데로 몰렸다. 해먹이 양 옆을 압박해 왔다. 어찌 보면 나무 아래 노지에서 풍찬노숙을 하는 격. 하지만 해먹의 압박은 어릴 적 좁디좁은 다락방에서 느꼈던 아늑함 그 이상이다.
해먹에 누워 바라본 하늘은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어스름한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회색으로 바뀐 무성한 나뭇가지와 잎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와 묘하게 중첩됐다.
루카는 몇 달 전부터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던 수컷 장수풍뎅이다. 함께 입양한 암컷의 이름은 루시. 이름은 써니가 지어주었다. 세 식구가 몸 부대끼며 생활하기 빠듯한 좁은 아파트에 새로 들인 투명 사육통은 가슴속에나마 자연의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는 큰 창과 같았다.
두발을 위로 치켜들고 머리와 가슴을 일으킨 루카의 모습에선 나름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엄지손톱만 한 젤리통에 머리를 쳐박고 열심히도 먹는 루시의 모습은 시커멓고 번들거리는 등짝을 지닌 곤충이라고 하기엔 무척 귀여웠다. 그렇게 점점 루카와 루시는 우리 집 제3의 구성원이 됐다.
써니는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베란다로 달려갔다. 스스로 먹이를 챙기는 보람도 느끼는 것 같았다. 루카와 루시는 써니와 아내의 보살핌 속에 알도 낳았다.
하지만 자연이 아닌 아파트 베란다에서 사육되는 작은 생명체들이 그렇듯 시간이 갈수록 장수풍뎅이 부부는 점점 활력을 잃어갔다. 결국 루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번 캠핑을 오기 며칠 전. 여섯 개의 다리를 모두 하늘로 향한 채 더 이상 바로 서지 못했다.
여느 때처럼 써니는 이른 아침 루카와 루시를 살폈다. 하지만 이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늘을 향한 배를 힘차게 버둥거리며 뒤집고 바로 서서 두발을 치켜든 카리스마 넘치는 루카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