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편지

by 이도영

아이들과 논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실제 모습을 말씀드렸습니다. 지금부터는 논어를 보다 다채롭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논어를 읽는 순간에 적용을 할 수도 있고 논어를 읽고 나서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이 논어를 잘 소화시키고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한 저만의 노하우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교실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어요. 바로 칠판에 아침편지를 적는 것입니다. 논어를 읽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을 쓰거나 아이들이 오늘 해야 할 일을 적기도 했어요. 평소에 제가 읽은 책에 나온 명언을 쓰기도 하고 우리 반이 겪었던 특별한 일을 언급하기도 했어요. 오늘 하루를 잘 지내보자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논어를 배우고 나서는 아침편지에 논어 구절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어요. 어제 배운 논어 구절의 핵심을 적습니다. 핵심 내용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적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오늘의 질문’과 ‘오늘의 미션’을 적습니다. 오늘의 질문에는 핵심 내용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의 미션에서는 논어 구절의 핵심 가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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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6일 아침편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루 전날에 배웠던 논어 구절은 팔일편 8, ‘예’는 사람을 완성시키는 일이라는 것이었어요. 예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그로서 사람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일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강조했어요. 오늘의 질문을 통해 예를 어떻게 실천할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오늘의 미션으로 핵심 가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날은 마침 학교 논에 모내기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오늘의 질문에 "아름다운 완성을 위해 모내기에서 최선을 다해서 심어야겠다”, "모내기를 함으로써 노동의 아름다움으로 날 완성시키겠어요!”라고 답변을 했어요. 힘들고 귀찮은 일일 수 있는 노동을 논어의 ‘예’와 연결시킨 덕분에 모내기를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편지를 통해 어제 배운 논어 구절을 다시 되새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와 선생님이 쓴 편지를 읽으면서 어제 배운 논어를 떠올립니다. 복습을 하는 것이지요. 어제 배운 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들게 배운 것을 안타깝게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둘 수 있습니다.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시키려면 단순히 편지를 읽고 배운 것을 떠올려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논어 구절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내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오늘의 질문’입니다. 핵심 내용에 대해 답변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면서 논어 구절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자기화된 논어 구절은 비로소 내 것이 되어 장기기억으로 저장됩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의 깊이와 수준입니다. 너무 쉬운 질문은 뻔해서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너무 어려운 질문은 이해조차 할 수 없어서 지레 겁을 먹고 생각을 포기하게 됩니다. 어제 논어 구절을 함께 배우면서 나왔던 이야기 중에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질문해야 해요. 의문사 발달을 생각하면서 질문을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의문사는 무엇/누구/어디/왜/어떻게/언제 순으로 발달해요. 이 중에서 무엇/왜/어떻게 를 이용하면 깊이 있는 질문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예가 인간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오늘 배운 예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나요?”


이어서‘오늘의 미션’으로 행동까지 실천할 수 있습니다. 지식은 머릿속에 넣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할 때 진짜 지식이 됩니다. 모범이 되는 어른의 역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평소에 예와 인을 실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미션을 실천합니다. 여러 선생님께 인사를 하기, 다른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경청하기, 우리 반을 위해 공헌하는 일 3가지 하기, 자기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기, 마신 우유갑을 정리하기 등이에요. 이것들이 모두 예와 인입니다. 주어진 상황과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예이고,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는 것이 인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사에게 아침편지가 좋은 점은 잔소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아이들의 사소한 잘못들이 눈에 많이 보입니다. 주변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옆 사람과 떠들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수업시간을 지키지 않고, 수업 준비를 하지 않고, 위험한 장난을 하고, 욕이나 비속어를 하고, 이기적으로 내 주장만 펼치고, 친구 험담을 하고, 교사의 말을 듣지 않아요. 너무나 많은 잘못들을 일일이 말하다 보면 잔소리가 됩니다. 잔소리를 계속 듣는 아이들은 자존감이 떨어져 문제를 고치기 어려워요. 이럴 때 칠판을 가리켜 아침편지를 연결합니다. 예와 인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예와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는 인에 대한 내용이에요. 학생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보다 다른 친구를 먼저 생각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아침편지를 읽고 아이들은 내가 무심코 했던 행동이 어떤 문제인지 인식하고 고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집에서 아이들과 논어를 읽는 경우에는 칠판이 아니라 포스트잇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포스트잇에 간단히 논어의 핵심 가치와 자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크기가 작아 부담스럽지 않아요. 작은 메모지만 거기에는 예와 인이라는 철학이 담겨있어요.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이 포스트잇을 거실에 붙여두거나 아이가 학교 가는 길에 전하는 거예요. 이런 편지를 매일 받는 아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풍요로울까요? 많은 분들께서 아침편지를 꼭 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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