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3 고르기

by 이도영

논어는 모두 20편으로 구성되어있어요. 매일 한 장씩 공부하다 보면 한 달 정도면 한 편을 모두 공부하게 됩니다. 이때는 바로 다음 편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동안 배웠던 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 세 가지를 고르는 것이에요. 일명 TOP3 고르기예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 후보들을 평가하는 것처럼 신중하게 구절을 골라보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논어 책을 다시 들쳐보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깨달은 것과 적용할 것을 적은 공책을 다시 보기도 해요. 이렇게 배웠던 것을 다시 복습하면서 가치를 떠올려보고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구절 세 가지를 고르면 공책에 정리를 합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그대로 필사하지 않고 핵심 키워드만 뽑아서 적어요. 대신 그 구절을 고른 이유를 상세하게 적습니다. 세 구절을 고른 이유를 다 적고 나면 마지막으로 이를 종합해서 내 생각을 적어요. 아이들은 보통 이 편의 핵심 가치를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씁니다.


한 아이가 쓴 것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2편 위정편은 모두 24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아이는 2-1, 2-7, 2-22를 골라 각 장마다 핵심 가치와 키워드를 “덕으로 정치, 공경, 신뢰”라고 적었어요. 아래에는 세 가지 구절을 고른 이유를 상세하게 적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를 종합해서 자신의 다짐을 적었어요. “엄마, 아빠를 공경하고 덕으로 정치를 하여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양보하고 부드러운 카르스마를 자기고 약속을 잘 지키겠다”


이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은 세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첫 번째 어려움은 여러 장의 구절 중에서 마음에 드는 세 가지를 고르는 것입니다. 스무 개가 넘는 구절을 모두 살펴보는 것부터가 고역이에요. 논어 책과 그동안 필사한 공책을 살펴보면서 그동안 배웠던 것을 돌아보는 것도 시간과 내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같은 가치를 말하는 구절을 구조화하고 그중에서 하나씩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골라냅니다. 예의 근본을 말하는 여러 구절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진정한 목표에 관한 구절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식입니다. 반면에 이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많은 구절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합니다. 구조화하고 맥락화해서 세 가지 구절을 고르기보다는 그동안 썼던 깨달은 점과 적용할 점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두 번째로 어려워하는 것은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는 것이에요. 지금까지는 논어 책을 그대로 베껴서 필사를 했지만 이번에는 각 장에서 말하는 핵심을 뽑아내야 합니다. 문장을 읽고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생각해야 해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핵심 가치를 정리하지만, 독해력이 낮은 아이들이 이 부분을 특히 어려워합니다. 문장의 의미를 파악해서 말하는 바를 요약하지 못하고 구절을 그대로 베껴 쓰려고 하는 모습까지 보였어요.


세 번째 어려움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고른 이유를 상세하게 적는 것과 이를 종합해서 내 다짐을 쓰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하더라고요. 구절을 고른 이유를 적으려면 구절과 관련된 자기 생활을 떠올리고 이를 연결을 시켜 정리해야 합니다. 세 가지 구절을 골라 이것을 종합해서 다짐을 쓰려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을 해야 해요.


이런 어려움 때문에 어떤 아이는 "처음으로 논어가 싫어졌어.”라고 말했어요. 그동안 매일 필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재밌었는데, 세 가지 구절을 골라 이유를 생각하고 다짐을 적는 것이 힘들었다는 겁니다. 생각하는 과정을 연습하고 자기 말로 표현하는 활동은 어려운 일이에요. 아이들은 괴로울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진짜 남는 공부예요. 어렵게 공부하면 잊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억전략 중에 인출 효과라는 것이 있어요. 인출이라는 것은 시험을 포함해서 암송, 요약, 토론, 발표,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을 말합니다.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든 밖으로 표출해보는 것이에요. 이는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된 작업을 할 때 뇌는 해부학적으로 변하고 장기기억이 형성됩니다.*


친센트 미하이의 몰입 이론에 의하면 주어진 과제가 한 사람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때 몰입을 느낄 확률이 높다고 해요. 몰입하기 위해서는 과제 난이도가 중요합니다.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아야 합니다. 학습자가 도전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과제여야 해요. 내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몰입을 하게 되고, 몰입 이후에는 자기 성장을 느끼기 때문에 자아존중감을 느끼고 행복합니다. *


논어 한 편을 마무리하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 세 가지를 고르면 인출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배운 것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 활동은 아이들에게 몰입을 선사합니다. 세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그동안 배웠던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TOP 3을 고르면서 논어 한 편을 복습하고, 내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고, 자아존중감과 행복까지 느낄 수 있어요. 일석삼조의 일입니다. 진짜 남는 공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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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고영성, 신영준 <완벽한 공부법>, 로크미디어, 2017, 105쪽

고영성, 신영준 <완벽한 공부법>, 로크미디어, 2017, 116~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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