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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 작 Mar 06. 2021

서서먹는 갈비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면, 정말 다행이야!

신촌에 서서갈비를 먹으러 왔다가 네 생각이 났어.


음식을 서서 먹는 것은 불안과 고난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러니 더더욱 마음을 편안히 나누는 사람과 함께여야 할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6.25전쟁 그 시절부터 시작했던 가게라 그런지, 여전히 그 처연한 공기가 가게 안을 맴는 것만 같애.

연기자욱한 이 가게의 문을 여니, 정말로 피난시절 너를 잃어버리고 허기진 배를 움켜잡은 채 여기까지 다다른 기분이 들어.

그 시절, 문도 없고 지붕도 없그런 가게. 낡은 판자와 드럼통만을 놓고 시작한, 가게라고 하기도 뭣한 그냥 '드럼통에 고기 굽는 거기'정도로 불리던 곳.

고기굽는 연기인지 포탄 연기인지 모를 것들이 자욱히  피어오르고,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폭격에 대비해 의자도 없이, 그저 고기굽는 드럼통 주위에 서서 수근수근 웅성웅성 거리는 사람들이 있는거지.


"이놈의 전쟁이 언제 끝나려나..." "글쎄 말임다. 엄니는 찾았슴까?" "못찾지...못찾어..."하는 그날의 대화가 스마트폰을 쥔 채 드럼통 앞에 선 사람들의 대화와 겹쳐져.

"내가 넣은 이놈의 주가하락세는 언제 끝나려나..." "글쎄 말야...잃어버린 돈은 만회했어?" "못찾지...못찾어..."


전쟁이 끝난지 70여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도 사장님이 식당에 의자를 놓지 않는 이유를 직접 들었어.


"빨리 먹고 빨리 가라고."


그 괴로웠던 난리통의 잔상이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장님의 양념없는 마인드에 '고객만족과 친절서비스'를 중요시 여기는 누군가는  불쾌해했지. 하지만 난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

이 달콤쫄깃하고 비싼 앙념소갈비를 편안히 앉아 먹는다면, 얼마나 하염없이 먹을 것이며 다음달에  얼마나 월급이 스쳐지나간 통장에 괴로워하겠어.


임신한 아내의 불편함을 몸소 느끼기 위해, 임산부 체험복을 입는 남자들이 있지. 그만큼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이 중요하단 거겠지?

그러니 우리 부모님세대의 전쟁에 대한 아픔과 그 정서를 느끼기 위해선 전쟁기념관이 아니라, 반드시 이곳에 서서 고기를 먹어야 해.

그 시절의 연기, 그 시절의 불안, 그 시절의 불편함, 그 시절의 배고픔. 그리고 그 작은 고기한점으로 느끼는 그 시절의 위로.


난 여기서 외식을 하는게 아니라, 역사의 현장에서 전쟁을 체험하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전쟁기념관에 들어가는 입장료를 여기다 쓰는 거라고!

응? ...용산전쟁기념관은 무료야? ...이 가게도 무료다 될 날이 오면 좋겠다...


피난시절에도 21세기인 지금도 이 투박하고 달큰한 양념소갈비의 냄새를 피워 올리면 육즙에 환장한 네가 벽을 뚫고 뛰쳐들어 올 것만 같아.

부드럽지만 허무하게 목구멍안으로 도망치지 않는 이 의리로 뭉친 쫄깃마저 너를 떠올리게 해.

이 자리에서 한없이 고기연기를 피워올려 너를 불러야겠

네가 올때까지 난 여기 서서 너를 기다릴께...그냥 기다리긴 눈치보이니까 먹으면서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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