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5월은 아직 쌀쌀한 초봄이지만, 겨울의 끝이자 봄의 시작인 5월 1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공원에 시민들이 한데 모여서 모닥불을 피우는 날(Valborg)입니다.
봄의 시작과 함께 금요일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주말을 시작한 듯 점심시간 사무실 근처 레스토랑은 테라스석에 사람들로 가득 찼네요.
이곳은 한국에 비해 공기가 쾌적하고 기온도 선선한 편이라 한여름에도 그늘막에 가면 팔이 서늘해서 가디건을 챙겨다닙니다. 외곽으로 갈수록 햇볕이 닿지 않는 나무 아래는 숲 속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봄의 따뜻한 햇살과 촉촉하고 서늘한 바람, 그늘막의 시원함은, 10월부터 4월까지 영하기온이 지속되던 길고 긴 겨울에 대한 작은 보상인 듯합니다.
한 달 전 이곳에 도착했을 때, 두꺼운 니트와 코트로 무장해도 등을 파고드는 서늘한 추위에 깜짝 놀랐죠. 곧 봄이 오겠거니 했는데 5월까지 기다릴 줄이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적엔 여름마다 작열하는 태양과 콘크리트의 열기, 전면 유리로 이루어진 건물들이 비추는 여름 풍경이 삭막했죠.
스톡홀름엔 도시 곳곳에 큰 공원이 펼쳐져 있어서, 언덕(hill)으로 이루어진 공원의 오르막길을 따라 펼쳐지는 도시 풍경은 꽤나 아름다운 감상거리입니다.
Vasaparken, Stockholm
군도로 이루어진 스톡홀름은 도시 어느 곳에서든 물을 마주하고 햇살이 별처럼 반짝거리는 강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강가를 따라 도보가 대부분 형성되어 있고, 그 옆엔 2차선 도로나 건물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강변 도보로 진입도 굉장히 편리하죠.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대부분 걸어서 출근하기에도 적당한 거리인 게, 서울에 비해 아담한 면적의 수도라 걸어 다니기 좋은 (walkable) 도시이죠. 그렇지만 작은 도시라고 해서 자연과 잘 조화되어 있고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게 설계하는 건 아닌듯합니다. 자연을 종교처럼 신성하게 생각하는 스웨덴 사람들은 그들의 자연에 대한 애정이 어디서든 깃들여 있는 거 같네요.
매 발걸음마다 나를 따라다니는 햇살과 바람의 온도 그리고 자연의 색감이 변하는 게 시시때때로 내 오감으로 찾아들면 봄이 시작됐다 느낄 수 있죠.
휴양지로 떠나는 여름휴가도 좋지만 하루하루 봄을 느끼고 물결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일상이 도시에서도 필요합니다. 주차장이 건물마다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대신 버스,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설계되어 있고, 강가엔 차보다 사람이 더 많이 다니는 도시입니다.
서울에선 강가 진입로 주변엔 고급 아파트 단지가 즐비해있고, 골목마다 보행로가 부재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시내 중심에선 8차선 도보에서 울리는 자동차 엔진소리가 가득해 일상을 도시에 갇혀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곤 합니다. 일출과 노을을 보며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삶이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