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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Apr 12. 2024

열두 번째 : 나는 아버지처럼 안 살 겁니다. 현실은?

현실은 나는 아버지의 복사판으로 살고 있었다.

앞에 여러 글에서 가족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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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제가 가족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저랑 가장 오래 산 사람들이고, 저를 저보다 더 잘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이 말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나는 절대로 아버지 같이는 살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뒷수습 하는 것도 지쳤고, 이러다가 우리 가족 전부 다 박살 나겠습니다."


이렇게 아버지께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대학교에 가고, 중간에 일도 하게 되고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 말입니다.

"(아버지 이름) 아들이 맞네. 완전 자기 붕어빵을 낳아놨네."


이 말이었습니다. 심지어 대학교를 다니면서는 아버지 후배가 저한테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저는 항상 '어머니'를 인생의 지향점으로 놓고 살았거든요.


아버지는 항상 너무 위태로워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휘어질 줄도 알아야 한다고, 안 그러면 부러진다는 말을 하는데, 부러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저에게 항상 하시던 말씀은 이렇습니다.

"상식선에서 옳다고 느껴지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밀고 나가라. 지금 냉정하다고 욕을 먹어도 반드시 시간이 지난 다음에 관련되었던 사람은 네가 옳았음을 인정해 준다. 법적 기준이 아니라 도덕적 기준을 기준으로 삼고 살아라. 자기 자신에게는 조금 더 엄격하게 하지 않으면, 너도 가족이나 감싸고도는 내로남불의 전형이 될 뿐이니 더 엄격해져라."


제가 아버지께 항상 하는 말은 "제가 무슨 위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일반인인 데다가 누가 보면 나중에 정치할 사람으로 보겠다고 대충 살다가 죽고 싶어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정반대로 말씀을 하시는데요.

"적을 만들지 말고 다 잘 지내면 좋잖아. 나 하나 잘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아. 그냥 서로 피해 주고 살지 않으면 그게 제일 좋은 삶이고, 너는 아빠처럼 세상하고 맞짱 뜨고 살지는 마라."


마음속으로는 어머니의 말을 새기면서 살다가도, 행동은 아버지처럼 하고 있는 제 자신에게 이런 말은 그렇지만 정말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전형이라고 생각하면서 저 자신을 욕하고 다그치고 그런 적도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누가 저에게 위와 같이 "(아버지 이름) 아들이 맞네. 완전 자기 붕어빵을 낳아놨네." 이렇게 말하면 저는 "제가 그 사람 아들인데 어쩌겠어요. 이제는 나이도 들어가고 바뀌기에는 틀린 것 같네요." 이렇게 말을 해버립니다.


저도 제 자신이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상담을 받은 적도 있어요. 매일매일 '인지부조화'가 온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 우리의 신념 간에 또는 신념과 실제로 보는 것 간에 불일치나 비일관성이 있을 때 생기는 것(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실험심리학용어사전)


그래도 조금 상황이 여유로우면 저도 최대한 노력합니다. 무조건 제가 감사(監査)나 감찰(監察) 혹은 어떤 상황을 체크하거나 평가하는 업무를 할 때 항상 주변을 다 쑥대밭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그런데 제가 언급한 업무들이 고무줄 잣대를 가지고 하면 안 되는 업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해당된 일을 할 때에는 "Stop" 아니면 "No"를 계속 외치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저런 모습들이 세상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던 시선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비슷하게 하다 보니 어느새 아버지의 아바타가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말씀은 지극히 당연했어요.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오류가 있으면 수정을 해야지."


이 말을 지키면서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더 먼 미래에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2의 아버지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기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어느 순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노력할 겁니다.


아버지처럼 살다가는 제 주변이 점점 황폐화될 테니, 최대한 어머니 말씀처럼 살아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도 아마 "~처럼은 안 살아." 이런 말들 많이 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살고 계신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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