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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Oct 22. 2024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더 많이 낼 수 있기를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을 읽고 



소설은 왜인지 잘 안 읽는 편이다. 허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소설보단 에세이를 에세이보단 실용서를 읽는 편인데, 에세이라고 허구가 아예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소설이 더 현실적인 경우도 많아서, 나나 다른 사람의 심리, 생각, 상황을 알기엔 소설만 한 것이 있을까란 생각에 소설에서 읽을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사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한몫했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채식주의자 내용을 유튜브에서 찾아 듣고, 한강 작가의 수상소감을 들으며 소설이란 장르가 궁금해졌다. 한강 작가의 책은 당분간 구하기 어려워진 상태라 다른 책들을 살펴보다 ‘대도시 사랑법’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고 읽기 시작했다. 



‘대도시 사랑법’의 주인공은 퀴어이고, 4번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는 미국에서 산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너무나도 다양한 sexuality 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었다. Gender는 보통 생물학적인 성을 나타낼 때 사용하지만 sexuality는 자신을 어떤 성으로 생각하고 어떠한 성을 가진 사람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느냐에 따라 총 25가지로 구분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도 여자였던 한 친구가 약을 먹으며 점점 얼굴에 수염이 자라고 있었고, 그 친구와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자신을 homosexuality로 소개해야 할지 heterosexuality로 소개해야 할지를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땐 동성 커플이었는데, 이젠 파트너가 성을 바꿔서 남성이 되었으니,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말해야 알지 이성애자라고 말해야 할지가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이제는 여러 경험들이 쌓이기도 했고, 남의 사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기도 했던 나는 사실 저렇게나 다양한 sexuality 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을 뿐이지, 누가 누구랑 만나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사실 내 일이 아니기에 쿨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거부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이 주변의 시선을 많이 신경 써야 하는 한국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 떳떳하게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한국에선 남녀가 길거리에서 껴안고 뽀뽀하고 있어도 주변에서 끌끌 혀 차는 소리를 듣곤 했는데, 남자 두 명이 그랬다간 어떻겠는가!!



사랑을 하는 사람의 감정은 누구나 비슷한지, 즐거워하고, 보고 싶어 하고, 애틋해하고,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실망하고, 화내는 모습이 모두의 모습이랑 닮아 있어서, 4가지의 사랑 이야기에서 나의 모습도 보였다. 



4가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작가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아무리 허구여도, 자신의 경험이 전혀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상세하게 표현하기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에서였고, 작가는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듯 안 드러내는듯한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책을 내고 댓글을 여럿 받았지만, 그중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의 댓글에 힘을 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이 지랄 맞음이 쌓여서 축제가 되겠지'라는 책이 함께 떠올랐다. 소외계층으로 살아가게 되거나, 소수이기에 자연스럽게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의 사람들이 점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 많이 변했구나를 느끼게 해 주고,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을지, 그리고 당사자들의 용기가 있었을지 감히 헤아려본다. 



미국에서 나 역시 외국인으로서 소수자로 살아가며, 이제는 남 일 같지 않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언제나 반갑다. 그들에게 이런 용기를 내주어서 고맙다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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