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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날자 Apr 23. 2024

너만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을 읽고

우리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거든.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 사람들도 다 힘드네? 내 고통은 지금 여기 그대로 있지만 어쩐지 그 고통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른 우물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는 확신도 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책 속에 나왔던 저 말에 그리 동의를 하면서 읽지는 않았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로 고통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던가?' 동의할 수 없어서 읽고 흘려보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저 문장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소설 속에서 너무 많이 마주치게 되었고, 그 고민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보며, 나만한 고민이 아니었다는 점이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는 점이 위로가 되었다.


이 소설은 소설 같지가 않았다. 내 옆에 있는 내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의 소개에 나와있던 저자에 대한 짧은 소개를 통해 나는 저자의 이야기이지 않을까라고 혼자 추측해 보았다. 승우라는 등장인물은 공대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데 그 모습이 작가와 닮았다 생각했다. 또 중간에 작가를 불러서 북토크를 하는데, 자신이 이전에 쓴 책과 비슷한 제목의 책을 쓴 작가를 불러 그의 생각을 묻는 부분을 통해 작가가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지 않을까 혼자 추측하며 읽어서 더 재밌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작가님의 글과 작가님은 닮은 편인가요?


소설 속 영주의 글에서 외로움이 비쳤다고 승우는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영주는 밝은 사람이었고, 글과는 다른 영주가 궁금해져서 승우는 영주와 조금 더 가까워져 보기로 한다. 영주의 글이 실제의 영주와는 달라 보였던 것처럼, 나의 글은 나와 닮아있나라는 질문에 나는 선뜻 닮았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나의 글을 읽으면 나를 아는 어떤 사람은 나와 닮았다 말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것 같다. 나와 완전히 다르다는 말을 더 많이 들을 것 같다. 내가 쓰는 글은 나의 여러 모습 중에 한 부분을 비추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 표현되는 나의 모습은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아직 나의 글쓰기가 나의 표정과 감정처럼 다양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주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매번 찾는 게 무언지 정확히 알고 첫 페이지를 펼치는 건 아니었다. 수십 페이지를 읽고 나서야 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찾고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될 때도 많았다. 찾는 게 무언지 정확히 아는 채로 책을 읽는 경우 또한 있었다.


나 또한 책을 읽는 이유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이다. 많은 경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방식이 괜찮은 것인지 확인받기 위해, 종종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삶들을 통해서 나의 시각을 넓히기 위해, 또 종종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 정확히 이걸 알고 싶어 하면서 책을 들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 막연히 읽다 보면, "어! 나도 이거 궁금했었는데.. 나도 이거 알고 싶었는데, 나랑 똑같다." 혹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오고 있었는데, 이렇게 생각해 볼 수 도 있네." 혹은 "이렇게까지 생각하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여러 시각을 통해 내가 찾고자 했던 나의 답들을 조금씩 정확한 형태로 다듬어가게 된다.


나는 소설보다는 어떤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더 좋아하기에 그런 책을 위주로 읽다가 가끔씩 이런 따뜻한 소설을 만나면 빠져들어서 읽게 된다. 지식서보다 더 많은 느낌표를 남겨주는 이런 책들을 발견할 때면 읽고 나서 가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고, 남기고, 보살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더해준다. 함께 사는 세상, 나주변의 따뜻한 사람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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