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람

by 우아



학원에 구비해놓은 다육이들이 수업에 채 투입되기도 전에 웃자랐다. 해도 잘 들지 않고 사방이 막힌, 자연과는 거리가 먼 실내 탓일 것이다. 내가 다육이였어도 멋지게 자랄 의지가 그다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검색해 보니 다육 식물의 웃자람에 대한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고민이었다. "쓸데없이 보통 이상으로 자라 연약하게 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웃자람, 웃자란 식물들은 자신의 몸이 힘겨울까. 멋지게 보이지 않는 문제일 뿐일까.


한편으로 나의 마음이 웃자랐으면 좋겠다. 허약할지라도 부피가 커졌으면 좋겠다. 쓸데없게 보통 이상으로 많이 자라 연약하게 되고 싶다. 나는 계속 쓸데없고 싶다. 얼룩덜룩 해지거나 길쭉해지고 싶다. 도달할 수 없는 올바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사랑이 비대해지고 불안에 좀 먹히다가도 한쪽으로 늘어난 매정함을 가지 치듯 잘라내고 그만 쓸모 없어지고 싶다.


나는 기꺼이 웃자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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