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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영 Apr 16. 2024

사랑하는 마음, 그 힘으로 잘 이겨내기를

2014년 4월 기록

2년 전에 처음 봤던 아이다.


출생 직후, 담도폐쇄라는 진단을 받았다. 태어나자마자, 아빠엄마에게서 너는 내가 낳은 사랑스러운 딸이라는 말을 들었을 테다. 그 한마디로도 충분히 크고 벅찬데, 아마도 동시에 아빠엄마에게서 미안하다는 말도 들었을 테다.


선천성 난치성 희귀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에게 그 아빠엄마들은 항상 미안하다고 한다. 아프게 낳아줘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 아이는 태어나 얼마 안 되어 수술을 받았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걸어도 다니고, 선생님이라는 말도 어눌하게나마 옹알이 하듯이 한다.


하지만 여전히 황달 증상이 있고, 혈액 검사 상 간 수치, 빌리루빈 수치가 높다. 최근 입원해서 진행한 간 섬유화 스캔 검사 결과, 이전 수치보다 더 나빠졌다.


아빠엄마는 이제 미안하다는 말 대신, 간 이식에 대한 생각을 미리 하고 계셨다.


교수님은 아직 간 이식은 이르다며, 간 이식을 위해 필요한 준비 사항들을 미리 알아보시는 아빠엄마를 나무라셨다. 아이에게 왜 그러느냐며 나무라셨다. 간 이식을 하게 되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으니 최대한 아이의 간으로 살게 해주는 게 맞다는 의견이셨다.


나무라시는 교수님 말씀을 듣고, 아빠는 서운해 하셨다. 내 딸이고, 내가 사랑하는 하나밖에 없는 내 사랑인데, 그렇게 기다리다가 갑자기 간 이식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왔을 때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 딸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지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내면서 우리 딸 컨디션이 더 좋아질 리는 없다는 건 충분히 이해했고, 마음의 준비도 했다면서. 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교수님도, 아빠엄마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고, 그 마음 곁에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함께 라서 모두가 서로를 나무라고, 서로에게 서운해 했다.


그 모두를 곁에서 지켜보고 돕는 내 마음도 슬펐다.


그래도 모두가 서로를 사랑해 줘서 지금까지 씩씩하게 잘 지내온 게 아닐까. 그리고 앞으로도 이 힘으로 잘 이겨내기를.


/ 간호사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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