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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영 Apr 03. 2024

눈이 내리던 날, 세상을 떠난 아이

2014년 8월 기록

뇌종양 진단을 받은 아이들의 마음은 서로가 가장 잘 알 것이고, 그 아이들의 엄마의 마음 또한 그 엄마들 서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며칠 전에 deep stupor (의식 수준이 혼미한 상태)에 빠진 아이 J의 엄마가 오늘 간호사 스테이션에 나와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지난해에 세상을 떠난- 병원에서 만난, 같은 진단을 받았던 아이 B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난해, 아이 J는 지금과는 다르게 의식 수준이 괜찮았고, 방사선 치료를 받고 경구 항암제를 복용하면서 머리카락이 한 움큼 씩 빠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 B는 경구 항암제 복용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coma 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빠지지는 않았었다.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은 채로 깊은 잠에 든 아이와 항암제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진 채로 친구를 생각하는 아이.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친구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던 아이 J가 엄마에게, “엄마, B는 나처럼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더라, 그렇지? 예쁜 머리핀을 선물로 줘야겠어.”라고 했단다.


그래서 J의 엄마가 B의 엄마에게 창밖에 눈이 내린다고, B에게 눈이 내린다고 말해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된 소식. 그 메시지를 보낸 그 시간에 아이 B는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고.


그리고 눈이 내리던 그날에 그 엄마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 것이 이제껏 미안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중에 오히려 B 엄마는 J 엄마의 안부를 물으며,


“언니가 우리 B 떠나는데 인사도 해주고 고마워.

내 가장 친한 친구도 내 마음 모를 거야. 언니만 알지.”라고 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목이 메었다.

그 모두의 마음이 예쁘고 슬퍼서 목이 메었다.


/ 간호사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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