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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영 Mar 16. 2024

예후 좋지 않음

2013년 8월 기록

그 아이를 중환자실로 보낸 동료 간호사 선생님의 지난 꿈에 아이가 나와 웃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 잘 케어받고 있을 테고, 더 나아져서 병동으로 내려오길 기다려야겠다 생각했다.


이틀 오프를 쉬고 나왔는데도 병동 명단에 없길래 어디 다른 병동으로 트랜스퍼를 갔나 싶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틀 전 세상을 떠난 아이.


워낙 모야모야 환자 중에서도 그 아이 연령이 예후가 좋지 않기는 하지만서도.

그렇지만서도.

알고 있지만서도.


그럼 그렇게 알고만 있고 기적이 일어나기를, 온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기를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는 건가. 예후가 좋지 않았던 그 아이를 포함해서 다른 모든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그것이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덤덤히 기다려야만 한다는 걸까.


학생 때에는 텍스트북으로 공부하느라고  "예후 좋지 않음"이라고 외우기만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글자들이 현실이 되어 내 눈앞에 있고 보니 나야말로 덤덤히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예후 좋지 않음"이라는 글자가 한 아이의 생명을 데려갈 때에는 그 글자를 텍스트북에서 지워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오늘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 간호를 했지만


여기에서 내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 가는 밤이다.


/ 간호사 김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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