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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더 원더 (부록 2) : 후기

읽는 영화_시나리오

by 김솔한 Mar 22. 2025

 사실 전 원더걸스에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그들에 관한 쇼츠를 보고 미국진출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야겠다는 오만한 접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완성할 때 즈음의 전, 완전히 원더걸스의 팬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글을 쓰며 행적을 뒤쫓다가, 지금의 저보다도 어린 나이였던 그들이 감내한 고통에 놀라고 끝내 감화된 것 같습니다. 낯선 땅,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그리고 육체와 정신을 한계로 밀어붙이는 활동들. 원더걸스의 이야기는 충분히 역사책에 기록될 가치가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재밌는 소재라고 생각했던 저 역시, 점차 글을 쓸수록 그들의 이야기를 더욱 알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임했습니다.

 아직도 구글의 연관검색어에는 ‘원더걸스 미국진출 실패’가 등장하지만, 저는 이보다 가치 있는 실패를 근래 찾지 못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들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못할 값진 경험을 하였습니다. 때로는 원더걸스의 실패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부러워한다니 참으로 웃긴 말이지만, 그들이 흘린 땀이 결코 부정적으로 비춰지지 않았기에 그런 생각이 든 것일 겁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정보 조사를 핑계로 멤버 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정말 훌륭하게 사셨노라고 말씀드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 시나리오의 초고는 군 시절 부대 근처에 산불이 났을 때 완성되었습니다.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하기 전, 재빨리 공모 사이트에 파일을 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다행히 진압과정에서 큰 위험을 겪진 않았지만, 출동 전엔 그것을 몰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래도 글은 남기고 죽자, 한 것입니다.

 제가 워낙 겁쟁이라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긴 일화입니다. 더불어 비장의 각오로 제출한 시나리오는 당선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화가 났습니다. 최전방 근무 동안 고생하며 틈틈이 쓴 시나리오가 당선이 안 된다니, 조금 불공평하다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정말 오만한 생각이었습니다. 실패에 관한 시나리오를 썼음에도 정작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같잖은 고생 좀 했다고 바로 보상을 바란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공모전에도 한 번 더 떨어졌습니다. 전보단 담담했습니다. 그저 세상에 원더걸스의 이야기를 널리 퍼트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을 뿐입니다.

 그런데 브런치스토리에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얼떨결에 브런치스토리 작가를 하게 된 저는 시나리오를 연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이렇게 10주 간의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드라마틱한 일은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셨지만, 댓글은 항상 없었습니다. 원더걸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겠다는 제 목표도 실패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작 두 번째로 쓴 시나리오로 성공을 바라다니,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더걸스 분들이 미국에서 활동할 때, 어떤 거창한 생각을 가지고 임했을까? 예를 들어 음악으로 미국과 전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물론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하루하루 일과에 충실히 임하며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많은 고통을 견뎌낼 수 있었을지……. 글쎄,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는 크나큰 성공에 대한 욕심은 잠시 버리고, 꾸준히 글을 쓸 예정입니다. 미래에 대한 보장 없이 똑같은 노래와 안무를 수백 번 반복해야 했던 원더걸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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