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
* 내 사랑, 눈물이 나도록 꽉~ 안아주다.
꿈꾸는 사람, 소망을 가진 사람, 우리 나솔이.
나솔이는 꿈꾸며 소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산다.
학교 개학하자마자 여름방학 언제냐며 여름방학 꿈을 꾸고, 월요일 학교에 가자마자 토요일 몇 밤 남았냐며 토요일 꿈을 꾸고, 학교 1교시 시작하자마자 집에 가는 시간만 꿈꾸며 산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를 만든 놈이 누구인지 찾으려는 소망을 품고 수학을 만든 놈이 누구인지 찾으려는 소망을 품고 산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하는 나솔이. 나는 이런 나솔이를 굳이 깨우려 하지 않는다. 아침마다 경아는 나솔이 일어나라고 노래를 부르지만 나는 나솔이를 푸욱 자라고 한다. 대신, 아침마다 이 놈을 다른 곳에 옮겨놓고 푸욱 자라고 한다. 좌변기 뚜껑을 닫고 그 위에 눕히고 푸욱 자라고 한다. 물 없는 욕조 안에 그냥 눕혀 놓고 나오면 자기가 알아서 걸어 나온다. 어떤 날은 식탁 위 모서리 끝에 그냥 눕혀 놓고 푹 자라고 하면 떨어질까 봐 조심조심해서 일어난다.
어떤 날은 신발장 위 모서리 위에 눕혀 놓고, 어떤 날은 베란다 타일 바닥 위에 눕혀 놓고 나는 들어온다. 어떤 날은 신발 벗어 놓은 곳에 그냥 눕혀 놓으면 여기저기 신발이 몸이 배겨서 벌떡 일어나 밥상 앞으로 온다. 밥상 앞에 앉아서도 죽은 송장처럼 입을 헤 벌리고 여전히 잠을 쫓지 못한다.
어제 아침에는 크고 푹신한 쿠션을 거실에 깔아놓고 늘어지게 자고 있는 나솔이를 안고 나왔다.
아빠 : 나솔아 여기가 어디야?
나솔 : (한쪽 눈만 실눈 뜨고 거실인 거 확인만 한다)
아빠 : 거실이지? 너 여기에서 떨어지면 박 터지는 거 알지?
나솔 : (설마 하고 계속 자는 척 한다)
나는 이 놈을 안은 그대로 내 눈높이만큼 들었다가 거실바닥 (푹신 한 쿠션 위)에 내동댕이쳤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솔이는 박 터져 죽는 줄 알고 공중에서 눈을 번쩍 뜨고 팔다리 휘젓다가 '쿵' 떨어지자 자기 밑에 푹신한 쿠션이 있는 걸 발견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으며 잠이 깬다.
오늘 아침에도 나솔이 안 일어나신다. 어제 아침처럼 단잠에 푸욱~ 빠지신 따끈따끈한 나솔이를 두 팔로 안고 거실로 나왔다. 내 두 팔 안에서 죽은 문어처럼 팔다리 늘어뜨리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아빠 : 나솔아 너 여기가 어딘 줄 알지?
나솔 : (한쪽 눈만 실눈 뜨고 '거실'인 거 확인만 한다)
아빠 : 너 여기에서 떨어지면 박 터지는 거 알지?
나솔 : 밑에 쿠션 있는 거 다 안다.
아빠 : 쿠션, 어제 엄마가 세탁기에 넣었다.
나솔 : …. (생각한다) (눈도 안 뜨고 한 번 더 생각한다)
잠시 후, 나솔이는 축 늘어진 자기 오른손을 들어 내 허리춤에 있는 고무줄 헐렁한 내 잠옷과 팬티를 같이 꽉 거머쥔다.
“나 떨어뜨리면 알지?”
나는 생각한다. 한 번 더 생각한다.
나솔이를 전에 없이 더 안전하게 내 가슴 위까지 꽈악~ 끌어올려 안고 침대로 되돌아가서 그대로 아이랑 반듯이 같이 누웠다.
* 어떤 조건이 있어서 꽉~ 안아주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조건이 없더라도 이만큼 꽉~ 안아주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