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 탓 같아
"세상은 나에게 왜 그럴까"
이런 생각 드는 날이 인생을 살며
한번쯤은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으로서
없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니더군요.
그런 날은 분명 있었습니다.
저에겐 이 날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제가 입사 후 처음으로 선임선생님 없이 오후일과를 보내야 했던 날이었습니다.
저희의 오후 일과는 보통
- 낮잠 후 아이들의 이부자리 정리하기
- 오후 간식 먹기
- 안전하게 놀이하기
- 오후 2 간식 먹기
- 하원하기
- 교실 정돈하기
와 같이 일과가 이루어집니다.
사실상 수업 없는 원담임 체제이며, 안전을 위해 보조교사님과 함께 보육하죠.
저희 아이들은 보통 5시 30분 경에 하원을 하는데, 대부분 어머님, 아버님의 퇴근시간이 비슷하기에
한꺼번에 하원이 몰리는 시간대에 제일 많은 안전사고가 일어납니다.
때문에 미션을 수행하는 것처럼
“오늘의 퀘스트! 오늘이 끝날때까지 아이들을 지켜라!”
가 매일같이 이루어지죠
평소에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간대에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 이었습니다.
상황을 대처해 줄 선생님의 수가 현저히 부족하고
특히 초임이었던 저는 더 미숙한 대처를 할 것이 틀림 없었으니까요.
맞습니다. 이 걱정은 이 날의 복선입니다.
저는 3시 이후부터 보조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보육하고 있었습니다.
3시,4시가 지나고
점점 미션 성공에 가까워졌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5시가 되어 간식을 먹은 후 아이들이 보다 더 원활하게 하원 할 수 있도록
양말을 신기고, 옷매무새를 다듬어주었습니다.
이때 아이들에게 항상
“얘들아 이제 양말 신었으니까 반 안에서 어떻게 다녀야 하지?” 라고 물으면
“ 뚜벅뚜벅 걸어다녀요“ 라고 대답합니다.
대답‘만’ 하긴 하지만요
5시 이후에 조금 일찍 하원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보육실 안에는 9명의 아이들이 놀이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 아이가 보육실 안을 빠르게 달리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푸름아 우리반에서 어떻게 다니기로 했지?”
라고 물었습니다.
푸름이는 어김없이
“걸어다녀요” 라고 이야기 하며 방긋 웃었습니다.
저는 실소인지 미소인지 모를 웃음을 아이에게 전달하며
“우리 걸어다니자~ 푸름이가 양말을 신은 채로 뛰면 미끄러질 수가 있어서 다칠까봐 걱정돼”
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이 말이 아이에게는 단지 제한의 문장일 수 있을 것을 간과한 채
다른 친구의 양말을 신겨주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푸름이는 다시 뛰기 시작했고
뛰는 푸름이의 행동을 멈추기 위해 이전보다는 큰 소리로
“김푸름~”
이라고 부르는 순간
아이가 날아올랐습니다.
정확히는 아이가 자신의 발에 걸려. 날아올라 앞에 있던 벽에 부딪혔습니다.
그 순간에 저는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 2초도 채 안되는 시간에 벌어진 일을 그대로 저의 눈과 머리에 각인하였습니다.
이 상황을 부정하고만 싶었지만 그럴 새도 없이 아이의 울음소리가 저의 정신을 깨웠습니다.